"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건가?"
1902년 조르주 멜리에스의 영화 '달나라 여행' 이후 영화는 끊임없이 마술적 속성을 키워왔다.
'인톨러런스'(16년) '메트로폴리스'(26년) '드라큐라'(31년) '킹콩'(33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39년)…. 조악하지만 특수분장, 특수세트를 이용, 눈에 보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를 현실로 재현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이제 세기말에 와서 '꿈의 공장' 할리우드는 그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첨단 테크놀로지에 의해 '영화를 찍기'보다 '영화를 그려내는' 부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현실로 재현할 수 있는 능력까지 왔다. 화려한 SFX(특수효과)가 빚어내는 마술적 테크놀로지, 컴퓨터에 의한 디지털 혁명기가 온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영화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는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SFX를 치장하는 도구로서 뿐아니라 과거의 인물을 영화에 되살리거나('라스트 액션 히어로''포레스트 검프'), 디지털 캐릭터를 창조('토이 스토리''스타워즈 에피소드 1')하기도 한다.
그러나 디지털혁명의 가장 큰 위력은 100년동안 지켜온 필름 형태를 벗어나 갖가지 장르와 만나면서 '자가분열'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혁명기의 태동을 알리는 영화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77년)였다. '스타워즈'는 미니어처, 애니매트로닉스(로봇과 같은 움직임을 얻기 위한 제어기술), 영상합성, 특수분장등 당시 첨단 기술을 총동원시켰다. 그러나 이전 영화와 뚜렷한 차별화를 이루는 것이 컴퓨터의 본격적인 활용이었다. 바로 CG(컴퓨터 그래픽)를 도입한 것이다.
CG는 컴퓨터를 이용해 영상을 만드는 기술을 통칭한다. 필름 대신에 컴퓨터에 저장된 디지털화상을 이용해 새로운 영상을 창출하는 기술로 보면 된다.
이후 갖가지 SFX가 CG와 결합되면서 CG는 디지털혁명의 전위병(前衛兵)으로 각광을 받게 된다. 실사 장면과 CG를 합성하고, 스턴트맨들의 생명선을 지우고, 물체의 선을 보완하고, 새로운 영상을 집어 넣는 등 '마술적 능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CG가 획기적인 도약을 이룬 것은 제임스 카메론감독의 86년작 '어비스'. 심해 외계인의 거대한 물기둥신은 인간이 만들수 있는 SFX의 극치를 보여주었으며 시각적 효과뿐 아니라 미적 감각으로 인해 이 장면은 두고 두고 회자되고 있다.제임스 카메론은 여기서 힘을 얻어 91년 '터미네이터 2'에서 액체로봇 T-1000을 만들어내 한번 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도 이에 질세라 '쥬라기 공원'(93년)에서 완벽한 모습의 'CG 공룡'을 창조해 세상을 경악케 했다.한국영화도 지난 94년 '구미호'를 시작으로 올해 '용가리''유령''자귀모'등 CG 없이는 태어날 수도 없었을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995년 급기야 할리우드는 최초의 100% 디지털영화 '토이 스토리'를 선보이기에 이른다. '토이 스토리'는 CG로만 그려낸 영화로 "배우도 없고, 필름도 없는 영화 시대"를 열었으며 올해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은 미국에서 디지털 영상 압축을 통해 극장에서 영사기마저 밀어냈다.
1895년 12월 최초의 영화가 상영된 이후 100년을 지켜온, 영화의 전통적인 이름인 필름이 퇴장하는 순간이다. 디지털의 '입김'이 닿지 않는 영화는 일부 작가들의 독립영화에 국한될 뿐이다.
이제 디지털은 영화의 '디지토피아'(Digitophia) 세계를 예고하고 있다. TV, 광고, 뮤직비디오, 비디오게임, CD롬, 애니메이션, 가상체험…. 안방에서 주문해 영화를 볼 수 있는 VOD(Video On Demand), 전화선으로 영화를 전송해 케이블TV로 볼 수 있는 VTD(Video Tone Dial)등 영화는 끊임없는 자가복제와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타잔'등은 영화 개봉 이전에 게임을 먼저 출시했다. 영화를 찍기 전에 이미 캐릭터 사업을 먼저 시작하는 경향도 보편적이다. 영화가 자신의 본체였던 사진 기술과 문학적, 연극적 요소를 지워버리고 이벤트, 엔터테인먼트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다가오는 21세기. 누구도 영화가 주는 파시즘적인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란 것이 미래학자들의 예견이다./金重基기자
■디지토피아의 양대 산맥
◈ILM(Industrial Lights and Magic)
77년 '스타워즈'의 산실이었던 특수효과 전문회사. ILM은 당시 특수효과팀의 이름을 가리키던 말. 75년 조지 루카스가 설립해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스타트렉'시리즈, '백 투 더 퓨처'시리즈, '쥬라기 공원' '터미네이터2' '잃어버린 세계' '맨 인 블랙', 최근작 '스타워즈 에피소드 1'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 영화의 특수효과를 도맡아 오고 있다. 특수효과 테크닉에서 극장의 음향시스템 디자인까지 SFX 테크놀로지의 모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디지털 도메인(Digital Domain)
'타이타닉'의 특수효과를 담당해 주가를 높인 특수효과 전문회사. 제임스 카메론이 ILM의 도움을 받아 '어비스'와 '터미네이터2'를 찍은 후 특수효과의 중요성을 깨닫고 93년 설립했다. 첫번째 영화는 '트루 라이즈'이며 '아폴로 13호'와 '제5원소'의 특수효과를 맡았다. 후발주자이지만 '아이디어맨'인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할리우드의 1급 디자이너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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