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경축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3월 발표됐던 새 대학입시제도를 2002학년도부터 반드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첫 대상은 현재 고교 1학년생.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 심지어 교사들조차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고교 1학년들 사이에 노는 분위기가 급속히 확산됐으나 학부모와 교사들은 공부하기를 충고할 근거가 마땅치 않아 속만 태우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새 대입제도의 특징과 그 뒤에 숨은 허점, 이에 대한 분야별 대비책을 지역 진학지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편집자 주〉
2002학년도 대학입시제도와 관련해 가장 많이 쓰이는 말은 무시험 전형과 특별전형 대폭 확대이다. 크게 봐서 본고사를 폐지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의 반영비율을 낮춰 대학진학을 위한 별도의 시험에 의하지 않고 고교 생활기록부와 특기·적성, 각종 추천서 등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물론 대학 관계자들조차 회의적인 반응 일색이다. 과열입시의 병폐를 해소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입시가 경쟁과 선발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수능시험이나 교과성적 외에는 객관적인 기준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특기와 적성 만으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소양과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1 때 시작해서는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보통의 학생이라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외에는 원하는 대학, 학과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는 수능시험이나 학생부 뿐만 아니라 논술과 심층면접 등을 위해서도 마찬가지 전제조건이 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새 입시제도에서는 수능시험의 반영비율이 현재보다 대폭 축소되고 서울대, 경희대, 포항공대 등 12개 대학은 지원자격 기준으로만 활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수능시험 성적은 여전히 다른 전형요소에 비해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형자료이다. 고교마다 자기 학교 학생들에게 내신성적이나 봉사활동, 특별활동 점수 등을 경쟁적으로 잘 주려는 현상은 이미 불거지고 있다. 따라서 수능시험 반영비율이 낮아질 경우 오히려 변별력이 더 높아져 한두 문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부작용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기본적으로 수능시험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총점을 반영하지 않고 일부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이나 학과도 많지만 처음부터 그 영역만 준비할 수는 없으므로 수능 전 영역을 열심히 하되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학교 생활기록부
학생부의 교과영역 역시 수능성적과 함께 전형의 주요한 기준이 된다. 학교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성적이 학생부 교과성적이기 때문에 평소 학교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계열에 따라 인문계는 사회과목, 자연계는 과학과목을 선택적으로 열심히 해야 한다. 학교간 시험문제 쉽게 내기 경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겠지만 어느 정도는 존재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기본적인 교과공부는 필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학생부의 비교과영역은 새 입시제도에서 반영하는 대학이 많이 늘어났다. 여기에는 출결상황, 활동발달 상황 외에도 교내 특별활동이나 특기활동, 봉사활동, 각종 수상경력 등이 구체적으로 3년간 축적되기 때문에 교과 외 활동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비교과 영역 내용 중 특히 대학에서 전형요소로 중요시될 수 있는 내용은 활동이 객관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것들이다.
▲논술·면접시험
논술고사의 경우 현재 실시중인 대학을 포함해 상위권 대학들이 주로 시행한다. 면접은 형식적인 단순면접 외에 심층면접을 실시하는 대학이 많다. 심층면접은 말로 표현하는 논술고사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논술과 면접시험은 짧은 기간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꾸준한 준비가 필요하다. 평소 다양한 독서를 통해 사고력을 증진시키고 각종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논리적인 표현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같은 준비는 교과시험이나 수능시험을 위해서도 반드시 요구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객관식 문제보다 논리적인 사고와 표현력을 요구하는 주관식 문제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별 전형방법 이해
2002학년도 수험생들의 가장 바람직한 입시준비 방법은 새로운 제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학업수준이나 적성, 특기 등을 고려하는 것이다. 새 제도에서는 대학별 전형방법이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하므로 희망하는 대학이나 학과의 전형방법이 어떠한지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직 전형방법을 확정한 대학은 없으므로 향후 신문이나 방송에 발표되는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각 대학이 제시하는 다양한 특별전형 유형에서 본인이 지원가능한 유형과 대학 등을 살펴 거기에 맞춰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새 입시제도는 한 과목, 어느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이 크게 넓어졌다는 의미에서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내게 유리한지를 미리 잘 따져봐야 한다는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기본적으로 학교수업을 열심히 하고 자신의 적성이나 특기가 무엇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 등을 학부모 및 학교 선생님과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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