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프리섹스 주의자들에게-'대중'의 눈으로 본 성담론

'프리섹스는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 많은 지식인과 문인, 예술가들이 그것을 무슨 선진적인 유행이나 사조쯤 되는 것으로 말하거나 행동하고 있지만, 실상 그것은 지독히 대중 착취적이고 자기기만적인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김상태(35) 연구원의 '프리섹스주의자들에게'(이후 펴냄)는 기존의 성(性)에 대한 담론을 대중성의 개념에서 들여다 보고 비판한 책이다. 그는 월간지에 칼럼을 쓰면서 좌파적 입장에서 영화와 문학 등 문화일반에 대한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다. 몇해전 출간한 '1990년대 한국 사회 sex라는 기호를 다루는 사람들'에서 90년대 문학의 경박함을 비판적으로 풀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성에 대한 기존 통념을 지식사회의 허위적 담론으로 비판하면서 '대중'의 눈으로 성 담론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그에게 있어 '성'은 체제의 모순을 가장 일상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대중의 성적 자유와 평등은 철저히 체계적으로 억압·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90년대초부터 거의 10년에 걸쳐 확산된 성 담론은 그 번지수가 틀렸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성적 문란이나 정신적 사랑, 혼전순결서약을 함께 진부한 도덕주의로 치부하고, 마음만 맞으면 어떤 상대하고도 섹스하거나 혼전 동거를 진부한 리버럴리즘으로 내동댕이 친다. 뿐만 아니다. 정신분석이나 푸코, 페미니즘, 인류학 등은 진부한 현학으로 싸잡아 비난한다. 이것들이 옳은가 그른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없는가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문제의 핵심은 대중의 입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 대중의 시각에서 성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이를 저자는 '진보성'이라고 규정한다. 대중의 관점에서 성적 자유주의나 리버럴리즘의 본질이 명확하게 파헤쳐져야 한다는게 저자의 성 담론의 논리다. 그는 리버럴리즘을 '놀 수 있는 사람들끼리 잘 놀아보자'는 의미로 평가절하한다. 혼전·혼외 섹스, 원조교제, 포르노와 매매춘, 동성애 등의 성적 자유 현상이 일반화된 것이 아니라, 이 현상을 주도하는 어떤 세력의 힘이 커진 것이라고 해석한다. 가진 자들만의 편벽스런 자유이며 사실상 파렴치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에세이도, 논문도 아니지만 그리 낯설지 않은 형태의 이 글은 우리시대의 비뚤어지고 뒤틀린 성 담론과 구조화된 성적 억압에 대한 저항이자, 성에 대한 숱한 논의들의 맹점이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성찰로 읽힌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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