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입논술-쟁점리뷰-종교

최근 일부 종교집단의 신자들이 집단으로 가출하는 등 사이비 종교로 인한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따라서 개인과 사회 전체를 위해 종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과 사회를 위해 종교는 어떤 순기능적 역할을 해야하며, 우리 사회는 어떤 종교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인간은 혼돈이나 무질서 속에서는 살지 못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자기 나름대로 근원이 무엇이라고 믿는다면 질서를 얻고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포이어바흐, 마르크스, 레닌 같은 사람들도 종교의 위안적 기능을 인정했다. 존재의 근원인 절대자가 자신을 보호해 주고 또 기도를 함으로써 절대자의 권능을 빌릴 수 있다고 믿는다면 많은 위안을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 종교는 이론적인 문제보다는 실천적인 문제이다. 대부분의 종교가 미래의 천국을 강조하지만 결국 현세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다. 종교는 행동 지침이 미리 결정되어 있어서 재가적 기능만 있다고 할지 모르나 도덕적 기능도 분명히 있다. 완전선인 절대자를 의식하고 절대자에게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도덕적 기능을 하는 것이다. 종교라는 성스러운 이름을 빌려 이기적 활동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종교란 또한 정신적인 측면에 강하고, 현실을 정화시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려는 사명감이 있기에 이웃 사랑을 강조하고 남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이상에서 간단히 살펴본 바와 같이 종교는 개인과 사회를 위해 엄청난 순기능적인 역할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타인에 대해 독선적, 배타적인 태도, 현실 도피, 미신적, 광신적 태도 등과 같은 역기능적 요소도 많다. 안현수 교수가 지적하는 종교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든 쉽사리 믿는 소박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합리성과 비판력, 주체성이 결여되어 쉽게 믿어버리는 사람들은 외세나 독선적 지도자, 사술을 쓰는 종교가를 만나면 이용당하기 쉽다. 절대자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음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아야지, 절대자의 힘을 빌려서 마치 자기가 절대자인 양 행사를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 바로 광신이고 미신이다. 사회가 불안하고 무질서하니까 그런 점도 있겠지만, 휴거 같은 것을 믿는 것이나 미신이 성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무엇을 쉽게 믿는 성격은 종교를 현세 기복적 종교로 변질시킨다. 원래 불교에는 기복적 성격이 없는데 한국불교는 샤머니즘과 융합하여 기복적, 미신적, 호국적 성격을 띠게 되었고, 이 샤머니즘적 성격은 기독교에도 침투되고 있다. 기복적 종교는 반이성적, 이기적 신앙이며, 신비적 경험을 조장한다. 이제 우리 종교도 이기적인 기복보다는 이웃 사랑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정치적 부조리나 사회적 부패 속에서 좌절감과 무력감에 빠진 사람들이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종교를 믿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정치와 사회의 부조리는 종교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국가 권력과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여 부당하게 억압받거나 차별받는 일이 없는 사회, 개인의 능력이 최대로 발휘되어 소외 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서 박탈감이나 억울한 일이 없는 사회가 구현되도록 노력할 때 사이비 종교의 피해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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