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시장도 부익부 빈익빈

'주가 1천 포인트'와 '빈민 1천만명' 시대 돌입. IMF 2년을 맞은 우리시대의 명암(明暗)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표현한 말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지난 97년 11월 2.6%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전체실업률은 IMF 이후 급증하기 시작, 올해 2월 한때 8.7%를 기록하며 실업자 200만시대의 도래를 알렸다. 그러나 올해 9월 4.8%(실업자수 107만여명)로 크게 떨어진 실업률은 올해말 5.9%를 기록하고 내년 2/4분기쯤 5.0%로 안정될 전망이다.

통계적으로 본다면 정부의 실업정책은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부 산업현장의 경우 필요한 일손을 제때 구하지 못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구인력은행이 분석한 대구지역의 구인배율(=신규 구인 인원수/신규 구직자수)을 살펴보면 지난해 4/4분기 0.10에서 올해 3/4분기 0.41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말에는 구직자 10명이 하나의 일자리를 두고 다퉜으나 올해 9월에는 구직자 10명에게 4.1개의 일자리가 주어진 것이다.

취업률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대구.경북지역 취업률은 각각 4.5% 및 6.2%에 불과했으나 올해 3/4분기에는 21.3% 및 14.9%로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취업환경의 호조는 노동관서의 고용안정사업 지원현황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대구지방노동청의 지난해 전체 채용장려금 지급은 16건의 95명 뿐이었지만 올해들어 10월까지 842건 4천479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지역에서 거의 이용하지 않았던 고령자고용촉진장려금도 424건에 3천222명(10월말 현재)이 혜택을 입었다.그러나 모든 통계수치가 장밋빛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5.1%에 불과했던 구직기간 6개월 이상의 장기실직자 비중이 98년 6월 12.6%, 98년 8월 19.9%로 증가하기 시작, 지난해 9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계속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장기실직자의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할 것이라는게 일반적 예상이다.

IMF로 초래된 사회전반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노동시장으로 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일 유엔개발계획(UNDP)과 참여연대가 공동주최한 '한국의 빈곤실태와 빈곤감시시스템' 포럼에서 최저생계비인 월소득 23만4천원 이하의 빈곤인구가 1천29만8천여명으로 추정된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경기회복', '높은 취업률'과 '빈곤인구 급증'이라는 모순은 임시.일용직 및 계약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의 폭발적 증가에서 어느정도 설명될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실업률 4%진입의 허와 실' 보고서에서 올해 3/4분기 상용직 노동자는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4.5% 줄어든 반면 임시직은 7%, 일용직은 37.4%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기능, 기계조작, 단순노무직 등 생산직의 올 3분기 취업률은 지난해 동기보다 9.7% 증가했지만 사무직 취업률은 오히려 5.3%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최근의 실업률 하락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와 공공근로사업 확대에 크게 힘입은 것이며, 경기호황의 실질적 혜택은 전문지식을 가진 소수 엘리트만이 누리고 있어 '정부발표'와 시민들의 '체감지수'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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