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빚 잔치로 접은 부농꿈

농업 경영인을 꿈꾸다 '파산농'으로 전락한 사람들. 그들 대부분은 나이가 젊고 현대식 농업에 앞장 서오다 헤어나오기 힘든 수렁에 빠져들었다. 의욕적으로 농사를 지을수록 파산의 위기가 높다는 말이다.

90년부터 성주에서 자신의 논 1천평에 참외 하우스 농사를 짓던 김모(42)씨.

그럭저럭 수입을 올리자 김씨는 96년 인근 논 2천평(연간 소작료 400만원)을 빌려 하우스 농사를 확장했다. 한동(200평)에 100만원이 넘게 드는 하우스 설치를 위해 농협에서 1천만원을 빌렸고 1천만원짜리 트랙터도 융자금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다음해 김씨는 하우스 한동에 2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입을 올렸다. 인건비를 빼더라도 비료값과 유류비 등을 합치면 한동에 들어간 돈만 300만원.

빚은 4천만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도 참외 시세가 좋지 않아 김씨는 7천만원의 빚을 안게 됐다. 결국 더이상 빚을 낼수도 없어 아예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김씨는 지난 5월 고향을 등져야 했고 자신의 땅은 보증을 섰던 이웃들이 빚대신 떠안았다.

지난 95년 고향인 경산에서 한우 사육을 시작한 박모(38)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영농 자금 2천만원을 저리로 받아 90평 짜리 축사를 지은 박씨는 사채등을 합쳐 3천만원을 빌려 송아지 30두를 구입했다. 밤낮없이 일만 해온 박씨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97년. 소값이 절반이나 폭락한데다 지난해 사료값이 폭등하면서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소를 키워봤자 매달 400만원이 들어가는 사료값조차 감당할 수가 없던 박씨는 "2년 동안 진 빚만 1억원에 달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지난 2월 박씨는 전재산을 빚잔치로 날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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