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역사와 세계화

역사(history)의 어원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그 남자의 이야기(his story)'란 설과 '수준높은 이야기(high story)'란 설이 가장 유력하다. his story란 주장은 역사는 거의 대부분이 남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며, high story라는 주장은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수준이 높은데서 비롯된다. 역사는 남자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남자들 중에서도 웬만큼 뛰어나지 않고서는 역사책에 명함도 못내놓기 때문에 his story는 high story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역사의 어원이 his story이건 high story이건 간에 역사가 수준높은 남자들의 이야기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역사 중에도 세계역사 즉 세계사란 학문이 있다. 한국역사가 전체 한국인의 역사가 아닌 지배층의 역사이듯 세계사 역시 전세계의 역사가 아닌,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선진국)들의 역사이다. 세계대전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세계 선진국들간의 전쟁이지 전세계 인류가 싸운 것은 아니었다. 신대륙 발견이란 것도 엄밀히 말하면 선진국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처음 발견했다는 의미이지 인류가 최초로 아메리카를 발견했다는 뜻은 아니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세계란 단어는 선진국들의 세계란 뜻이다. 결론적으로 세계사는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선진국) 지도층 인사들의 이야기인, 매우 중요한 학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중요하고 수준높은 학문인 세계사를 국사와 비슷한 비중으로 가르치는 우(愚)를 범하고 있고, 따라서 우리의 학생들은 세계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실정에 처해있다.

이런 국수적인 교육정책 때문에 한국인들은 세계화(선진화)를 외치면서도 선진국들의 이야기인 세계사에는 문외한이 돼 있고, 당연히 선진국이 어떤 나라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우리가 세계사를 잘 이해하는데서부터 출발한다고 본다.

이용재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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