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갚지 않고 도망간 이아무개씨의 집이 아니냐며 막무가내로 따지는 바람에 오히려 죄책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주부 김모(30.대구시 북구 침산동)씨는 지난달 29일 아침 낯선 30대 남자의 전화를 받았다. 남자는 채권추심회사인 ㅅ신용정보회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김씨 남편 이모(34)씨의 이름을 대며 "이씨의 집이 맞느냐"고 물었다. 남편으로부터 빚을 받지 못하고 있는 채권자의 의뢰를 받아 연락을 했다는 것이었다.
슬그머니 불안감이 든 김씨가 몇가지를 추가로 물어본 결과 문제의 채무자는 남편과 이름은 같았으나 나이도 가족관계도 완전히 다른 동명이인이라는 것이 확인돼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날 대구시 북구 칠성동에 사는 이모씨도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무슨 신용정보라며 채무자 이아무개 집이 아니냐고 하더니 가족관계 등을 꼬치꼬치 캐묻더라"며 불쾌해 했다. 자칭 ㅅ신용정보 직원은 신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채무자를 추적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추심업이란 채권자의 의뢰를 받아 채무자로부터 빚을 받아주는 업종으로 본격적인 채권 추심에 들어가기 전 의뢰인과 채무자의 신분 및 채권채무관계를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이 채무자 추적과정에서 동명이인 집에 전화를 걸어 강압적으로 채무 여부를 따지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봉변(?)을 당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ㅅ신용정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채무자 신원을 철저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밟은 뒤 채권추심에 들어가므로 이같은 일은 벌어질 수 없다"며 "다른 신용추심회사나 사채업자들이 회사 상호를 도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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