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뭐니 해도 사람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먹고 사는 것과 건강이다. 증권시장이 지금같이 난리인 것도 그 때문이고, 20억원 짜리 복권이 울산에서 판매됐다고 전하는 입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도 그래서일 터.
사정이 이러니 만큼 그런 것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아지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딱부러지는 설명이 불가능했던 지난날은 더 다양한 나름대로의 방술들이 제시될 토양까지 갖추었던 셈.
보건학 쪽을 공부했다는 신동원씨가 쓴 '조선 사람의 생로병사'(한겨레신문사 간)는 중근세사의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갖가지 보건.의료 생활사 쪽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임신.출산에서 죽음, 나아가서는 살인사건의 검시 지침에 이르기까지를 다뤘고, 당연히 성(性)과 관련된 것도 포함했다.
조선시대 당시에 제시됐던 가장 좋은 임신 조건, 임신 중 주의할 점, 남자 아이를 낳기 위한 방술 등등이 재미있다. 그 중 일부는 지금 방영 중인 TV극 '허준'에서도 볼 수 있고, 또 현대 의학과 맞아 떨어지는 것 역시 적잖아 보인다.
우리 전래 출산의 본모습은 쪼그려 낳기라는 설명도 흥미롭고, 제왕절개가 아니라 태아 여위게 하기를 통해 순산의 방도를 찾았다고 전하는 부분에서는 저자가 긍지까지 느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제법 나이 먹은 사람들이라면 옛날 어느 때 어른들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새로워질 여러 질병들 이름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분뇨의 위생적 처리가 안돼 도시들이 전염병에 휩쓸리게 됐던 사연도 이 책에서 들을 수 있다. 도인술 같은 옛 사람들의 건강법, 결국은 납중독 사망까지 초래했다는 그 옛날의 불로장생 연단술, 보신 이야기 등등도 생활 주변에서 만들어지는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는 어떤 의학 서적들이 있었는가, 연속극 '허준'은 어떤 점에서 편벽돼 있는가가 설명되고,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만들었던 '약국계' 이야기 역시 새롭다.
朴鍾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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