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상인동 가스폭발사고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지하철 공사장에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2호선 공사구간은 대구교통의 중심축인 달구벌대로와 일치해 작은 부실도 대형 참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불안은 더욱 크다. 지하철 공사의 전반적 문제와 대책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난 97년 착공한 대구지하철 2호선은 모두 15개 공구와 3개 지하공간개발 사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토목 및 지하철 공사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설계-시공-안전관리상의 허점이 18개 공사구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어 총체적인 재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실시된 각종 안전진단과 감사에서도 거의 모든 공사구간에서 부실사례가 드러나 정밀한 안전진단과 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2호선 전 구간이 거대한 부실 덩어리가 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우선 주목할 부분은 지금까지 19차례에 걸쳐 설계가 변경된 점. 이는 당초 설계가 지반조사 등 사전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시공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이 뒤늦게 반영됐기 때문. 또 물가변동, 공사비 증가 등으로 인해 초기 설계로는 공사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시공사측 판단에 따라 보다 적은 비용으로 공사를 진행하거나 공사비를 늘리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 2호선은 지난 98년부터 지금까지 19차례 설계변경으로 공사비는 무려 1천500억원이나 늘어났다.
사고가 난 2-8공구 역시 당초 흙벽 사이에 버팀 철재를 설치하는 공법을 채택하도록 설계돼 있었으나 시공과정에서 어스 앵커 공법으로 바뀐 것이 붕괴원인의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지하철 공사구간의 경우 지반 성분과 균열(절리)방향에 맞춰 무너짐을 막기 위한 록볼트를 설치해야 하나 현재 지하철 2호선 상당구간이 이같은 고려없이 설계됐다. 1공구의 경우 굴착면만을 기준으로 록볼트를 설치하도록 설계돼 지반침하 우려를 낳고 있다.
설계변경에 대해 시공사측은 "실제 공사에 들어가면 설계와 다른 부분이 적지 않아 현장상황에 맞추기 위해서는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공과정에 들어가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시공업체의 의도에 따라 수차례 바뀌는 설계도조차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는 것. 지난해 11월26일 외부 전문가 18명이 지하철 2호선 공사에 대해 벌인 안전점검 결과에서 4개 공구를 제외한 전 구간에서 문제점이 지적된 사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2-8공구의 경우 터널과 개착부가 연결되는 부분에 방수고무(쉬트)가 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았으며 반월당 지하공간개발 구간에는 버팀철제(H빔)와 이음새를 연결한 뒤 이음새 절단부분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또 4공구 전구간과 5공구 죽전정거장은 지반균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공사를 벌여 지반보강 작업이 시급하고 7공구는 흙벽의 무너짐을 막기 위해 설치한 토류판이 부식돼 앵글 보강과 콘크리트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9-11공구와 13~15공구에서도 가배수로, 정거장 구조물, 버팀보 설치 등에 문제점이 나타났다.
토목 전문가들은 "지하철 공사의 경우 철저한 사전분석을 거쳐 설계부터 시공까지 빈틈없이 이뤄져야 하나 2호선은 잦은 설계변경으로 문제가 적지 않다"며 "2호선 전반에 걸쳐 정밀 안전진단을 다시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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