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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양민학살…쏟아진 유가족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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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 땅에서도 자랑스럽게 간직할 수 있는 조국을 갖고 싶습니다"

미국 뉴올리언즈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문영만(56)씨는 25일 앞산공원의 한 암자에서 50여년 전 한국전쟁 직후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친 김점순(93.여)씨를 끌어안고 가만히 속삭였다. "어머니,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문씨는 모친 김씨가 한국전쟁 당시 학살된 것으로 보이는 경산시 폐광산 유골 관련 본보 기사(1월14일자 1면)를 읽고 몸져 누웠다는 소식을 듣고 이달 중순쯤 급거 귀국했다. 문씨의 누나 정숙(당시 20세)씨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 8월 어느날 아침식사를 하던 중 경찰관들에게 끌려나간 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가창골에서 살해됐다는 소식만 들었습니다. 누나는 당시 모 신문사 기자로 평소 양장만 하고 다니는 멋쟁이였는데 어쩌다 보도연맹에 가입하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문씨는 지난 1975년엔 미국으로 이민을 가야했다. 전쟁 때 가족이 국군에게 살해당한 뒤 가진 것 없고 든든한 배경없이 살아온 젊은이에게 한국은 너무나 가혹한 사회였기 때문이다.

문씨는 "이미 인생의 만년기에 와 있는 유족들에겐 마지막 기회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잘못을 시인하고 위령탑이라도 세울 수 있게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며 흐느꼈다.

경산시 폐광산에서 한국전쟁 직후 피학살자로 보이는 유골이 발견됐다는 본보 보도 뒤 본사엔 문씨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유가족들의 호소가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윤재수(63.대구시 동구 각산동)씨는 일본 식민지 시기에 독립운동을 하던 형님 문수(당시 40세)씨가 1950년 7월 공산주의자로 몰려 구미경찰서에 수감됐다가 구미시 봉한동 골짜기로 끌려가 총살당했다며 진상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왔다.

윤사봉(88.대구시 달서구 본동)씨는 형의 아들 경룡(당시 33세)씨가 행상을 하기위해 도민증을 2개 가지고 다니다 1950년 8월 경북도 현풍에서 검문에 걸려 대구경찰서로 넘겨진 뒤 가창골로 끌려가 총살 당하자 형도 홧병으로 숨을 거뒀다고 증언했다.

유가족들은 한결같이 "법치국가에서 양민 수십만명이 불법 처형됐다는 사실이 날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는데 국가가 입장 표명도 삼가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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