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원년에는 일그러진 교통문화를 바로 잡읍시다"자동차 1천100여만대 시대. 대구지역에만 65만여대의 자동차가 굴러다니고 올해 중 70만대가 넘어설 전망이다. 해마다 10조원 이상이란 막대한 예산이 교통부문에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차량만큼 우리의 교통문화 수준은 이에 걸맞지 않다.
더욱이 오는 2002년은 일본과 공동으로 월드컵축구 경기를 치르는 해. 공동 개최국인 일본을 상대로 축구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통문화 성적도 축구 성적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다리가 무너지고 건물이 붕괴되면 사회가 떠들썩 하지만 하루 20여명이 죽고 70여명의 장애인이 발생되는 교통사고 후진국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우리는 안타까울 정도로 감각이 무뎌있다.
지난 1998년 교통법규를 위반해 경찰에 단속된 사람은 1천369만여명. 국민 10명 중 3명 꼴이다.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교통법규를 위반했으면서도 이를 뉘우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아 단속을 하면 대부분 운전자들은 시간이 바빠서 어쩔 수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하거나 어떤 사람은 함정단속을 한다며 윽박지르며 경찰관을 되레 꾸짖기까지 합니다"
어느 교통경찰관의 이같은 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부끄러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어려서부터 교통질서 지키기를 몸에 익히는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통전문가들은 교통질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면허시험 합격자나 사고를 낸 뒤 몇 시간의 안전교육을 하는 것 이외 교통운전 교육을 받을 기회는 전무한 게 우리의 실정이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네거리 등 지하철 공사로 차선이 줄어든 지점에는 끼여드는 차량과 양보하지 않는 차량으로 운전자들이 욕설을 주고 받으며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도로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찾기 힘들다. 12갈래 교차로인 파리 개선문 로터리는 신호등 없이 우측 차량 우선이란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 엄청난 교통량을 소화해 내고 있다.
이면도로나 주택가 골목길에도 주차문제로 말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시는 주택가의 무질서한 주차와 교통소통을 위해 일방통행을 확대하고 있으나 주차선을 넘어선 2중 주차로 차량 통행이 어려운 형편이다. 낯선 주택가에선 주차공간이 있어도 배짱이 두둑하지 않으면 주차를 하기 어렵다. 집이나 가게 앞엔 폐타이어, 고장난 대형 가전제품 등 각종 장애물을 내놓고 '내집앞 주차금지'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할 때 우리나라는 차량 10부제 운행을 도입해 열악한 교통여건을 극복했다. 그러나 차량이 당시보다 10배 이상 늘었지만 10부제나 자동차 함께 타기(카풀)운동의 열기는 식어 버렸다.
지난 98년 대구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10부제 운행을 다시 도입해 실시하고 있으나 현재 공무원과 일부 시민들만 지키고 있을 뿐 냉대를 받고 있다. 2, 3차례 갈아 타야하는 열악한 대중교통 체계에도 문제가 있지만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과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한 '상생(相生)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차량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도로를 새로 만들고 주차장을 확대하는 일도 한계에 이르고 있다. 대구시 등 행정기관들은 기존 도로 확장 및 신설 등 '하드웨어' 부문에 집중했으나 앞으론 교통수요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재욱 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앞으론 제한된 도로의 효율을 높이고 대중교통수단을 보강해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는 정책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최근 교통문화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교통문화 향상을 위한 캠페인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우리의 교통문제는 마치 터널 속에 꼼짝못하고 정체된 차량과 같은 신세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급위주에서 수요관리 중심의 교통정책을 개발하고 필요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투입해야 하는 당국의 역할과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하고 남을 위해 배려하려는 시민의식에 달려 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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