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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인류문명 이끌 문화강국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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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건만 동해를 찾는 해맞이 관광객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새 천년 새 세기에 거는 기대와 희망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새 천년에 이 나라, 이 겨레가 이루어야할 꿈과 과제는 참으로 많다. 하루 빨리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일, 정치 안정과 발전을 이루어 민주주의를 뿌리내리는 일, 지역이 화합하고 남북이 화해하여 통일을 이루고 위대한 한민족의 시대를 열어가는 일…, 이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결같이 바라는 소망들이다. 이 모든 소망을 이루는 기본전제이자 토대로서 무엇보다도 이 나라가 정신문화가 살아 있고 도덕적으로 건강한 문화강국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혁명 이래 지난 200여년간 인류는 과학기술의 경이로운 발전에 의해 의식주 모든 면에서 물질생활의 풍요를 구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류의 정신문화는 오히려 정체와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 물신(物神)숭배에까지 이른 황금만능주의, 가족의 해체와 공동체의식의 퇴조, 환경파괴를 부채질하는 기계론적 자연관, 적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 이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써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의 심화, 생명경시 풍조의 만연… 등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일대 도덕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행히 서구의 기계론적 합리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유가의 중용사상, 불가의 화엄사상, 도가의 무위자연사상 등은 모두 인간의 겸양과 절제, 자연과의 조화와 합일을 일깨워주고 있다.

흔히들 21세기를 지식.정보화의 세기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경제력이나 군사력 같은 하드 파워(hard power)가 아니라 그 나라가 지닌 지식창조 능력이나 문화적.이념적 호소력, 이른바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21세기는 우리나라가 인류문명사에 위대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기회의 세기라 생각한다. 그러나 도덕가치의 혼돈과 윤리의식의 실종은 경제위기보다도 더 심각한 사회위기를 우려케 하고 있다. 신뢰의 문화는 바로 공정한 게임의 룰과 사회정의가 실현될 때 담보될 수 있다. 또한 이는 그 사회저변에 건강한 정신문화가 밑받침되어야만 지탱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과 품위가 없다면 작은 우리나라가 무엇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과 존경을 받으며 살아나갈 것인가? 남북통일도 마찬가지다. 가난한 북녘 동포들을 따뜻하게 아우를 줄 아는 사랑과 겸손의 마음이 뒷받침될 때 진정한 민족의 화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오지에서 말라리아와 싸우며 '나눔과 섬김'의 봉사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해외봉사단 젊은이들을 고귀하게 생각한다. 그 작은 정성을 21세기의 희망으로 생각한다.

화해와 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이런 호혜와 상생의 정신문화운동이 범국민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우리가 새 천년을 변방이 아니라 인류문명의 중심에 서서 세계를 리더하는 문명의 발신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문화적 경쟁력과 함께 우월한 도덕성의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소프트 파워시대의 국가발전 전략임을 명심하고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를 선양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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