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이 개봉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에서 로봇은 집안 일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조각품을 만들고 인간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초창기 산업용에서 시작된 로봇은 언제쯤 영화에서처럼 인간과 비슷한 모양을 가질까.
인간형 로봇의 핵심 기술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감각기능과 두발로 걷는 보행기술이다. 시각 기술은 적외선, 자외선, X선 등 인간이 감지할 수 없는 부분까지 감지해내는 센서들이 이미 개발돼 있다. 촉각 및 후각도 사람의 감지능력을 훨씬 상회한다. 물체를 들어옮기는 로봇팔과 이동에 필요한 다리 기술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또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인간형 로봇의 피부는 유압 피스톤을 근육처럼 움직여 표정을 짓는다. 도쿄대학이 개발한 로봇의 얼굴은 기쁨, 슬픔, 노여움 등 40여 가지 이상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각각의 기술을 종합적으로 로봇에 연결시키는데 아직 많은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다.
종합기술면에서 인간형 로봇의 선두주자는 일본이다. 혼다가 P2 로봇에 이어 지난 1997년에 공개한 P3 로봇은 두 발로 걷는데 성공했다. 키 160㎝에 무게가 130㎏인 이 로봇은 외양이 사람과 매우 닮았다. 평지를 걷는 속도는 분당 40m에 이르며 계단도 자유롭게 오르내린다. 손으로 나사를 조이거나 풀 수 있으며 평지에서는 수레 같은 것을 밀 수 있다.
일본 NEC사가 내년에 시판할 예정인 '가정부 로봇(R100)'은 가족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며 지시에 따라 가전제품을 작동시킨다. 이 로봇은 3개의 바퀴다리가 있고 약 300가지의 말을 하고 100가지 말을 알아듣는다. 이 로봇은 온도와 빛을 감지할 수 있으며 자기 몸체를 만지거나 눌러도 알아챈다. 또 지난해 6월 일본 소니가 선보인 강아지 로봇 아이보(AIBO)는 사람처럼 울거나 웃으며 화를 내기도 한다.
도쿄대학 공학부에서는 환자에게 주스를 먹이거나 두 팔로 껴안아 움직일 수 있는 간호용 로봇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 로봇을 이용하면 환자는 타인의 도움 없이 휠체어에 옮겨 타거나 침대에 누울 수 있다.
미국 내시빌의 반더빌트 대학에서 개발한 아이삭(ISAC)은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나 신체 부자유자에게 수저를 사용해 음식을 먹여 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 미네소타대학이 개발한 로봇은 점프가 가능해 계단을 오르거나 장애물을 넘을 수 있고 무선 명령을 통해 인질범 체포 등에 이용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인간 친화형 복지로봇 개발이 한창이다. 카이스트 변증남 교수(전기전자공학과)가 개발한 수화로봇은 400여 개의 단어를 인식할 수 있다. 이 로봇은 장애인이 특수장갑을 끼고 수화를 하면 정상인에게 음성과 문자로 통역해준다. 또 정상인이 말하면 수화로 번역해 장애인에게 전달한다. 현재는 컴파운드 워드, 즉 복합낱말을 인식할 수 있는 기초적 연구가 끝난 상태다. 변 교수 팀이 제작한 '휠체어 로봇'은 사물을 3차원으로 인식할 수 있어 사람을 이동시키고 먹고 싶은 음식을 집어 입에 넣어 줄 수 있다.
카이스트에서 지난해 제작한 휴먼 로봇 센토는 4개의 다리로 분당 1m의 속도로 걸을 수 있고 화병에 꽃을 꽂거나 톱질을 할 수 있다. 센토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깨관절(상하, 좌우, 회전), 팔꿈치(상하), 손목(상하, 좌우, 회전) 등 7개의 부위를 가지고 자유롭게 움직인다. 하지만 아직 두 팔을 동시에 움직여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간단한 산업용 기계에서 출발한 로봇 산업은 빠른 속도로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머지 않아 가정과 병원, 사무실 등 특수한 용도에 사용 가능한 인간형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터미네이터'나 '바이센테니얼 맨'과 같이 정교하고 지능적인 인간형 로봇의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曺斗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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