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3 총선변수-세대교체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여야 할 것없이 현역 의원이나 원외 위원장들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가 가시화되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중 30%이상을 여성에게 할애하는 쪽으로 관련 법을 개정한 것도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총선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잇단 공천 부적격자 명단발표 등이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진앙지는 수도권.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앞다투듯 386세대 등 젊은 층을 상당수 공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 지역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젊은층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허인회 전고려대총학생회장, 임종석 전전대협의장, 함운경 전서울대삼민투위원장 등이 서울지역에 각각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인천 쪽에선 송영길 전연세대총학생회장이 가세하고 있다. 이들 외에 40대의 임종인.이석형.이종걸 변호사 등도 수도권 지역에 공천을 신청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원희룡 변호사와 고진화 전성균관대.이호윤 전서울대.정태근 전연세대.오경훈 전서울대 총학생회장 등이 출마를 모색하고 있다.

보수적인 당 이념 때문인듯 자민련은 상대적으로 세대교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비운동권 출신의 386세대 벤처사업가 권승욱씨를 서울 쪽에 포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각 당의 텃밭이나 우세 지역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호남권에서 현역 의원들중 60%정도, 한나라당 역시 영남권에서 상당수준 교체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에선 젊은 층보다는 관료나 학계.법조계 출신 등의 인사쪽으로 더욱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게 수도권과는 다른 양상이다.

문제는 증폭되고 있는 세대교체 기류가 정치권 자체에서 보다는 외부로부터 동인(動因)을 얻고 있는 등 타율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 있다. 때문에 시민단체의 공천 부적격자 명단 발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물론 민주당 측 일각에서도 여권 핵심이 개입됐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되는 등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각 당의 물갈이가 비주류 측을 중심으로 중진들까지 겨냥하게 되면서 역풍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에선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상현 고문 등 일부 중진들이 탈당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물갈이 대상이 비주류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의 주요 당직개편 등을 통해 동교동계가 전면 포진하는 등 득세하고 있는 상황과도 대조된다. 비주류만 교체 대상으로 삼아 곁가지를 치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또 대폭적인 물갈이에 따른 현역 의원들의 불안감과 합세, 신진 인사들에 대한 흠집내기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검증받지 못한 이들을 대거 내세우는 것은 위험한 전략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386세대의 후보군 면면이 대부분 총학생회장 등 운동권 출신이란 점은 보수층을 자극할 수 있다는 반론이다.

한나라당에서도 비주류 측의 반발이 거세다. 수도권 등의 인물 교체가 주로 이회창총재 측근 쪽으로 집중될 것으로 알려져 교체에 대한 설득력이 약하다. 다른 지역 역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보다는 이 총재의 '총선 이후'를 고려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여야 할 것없이 세대교체 움직임이 궁극적으론 총재 중심의 보스체제를 더욱 강화시켜주는 방향으로 왜곡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총선이 사실상 차기 대선을 앞둔 예선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부작용을 더욱 부추겼을 수도 있어 보인다.

한편 대구.경북에서도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은 예외가 아니지만 이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초 '현역의원들을 찍지 않겠다'는 교체 희망률이 높게 나타나자 대폭적인 물갈이와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그러나 지역구도가 심화되자 이런 물갈이 기류는 현 지구당위원장을 감싸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시늉만 할 뿐 세대교체는 먼 이웃의 이야기다. 그 이면에는 다른 곳은 몰라도 대구.경북에서 반DJ열풍을 이길 바람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는 신앙에 가까운 믿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대교체 움직임도 각 당의 지역구도와 1인 맹주의 이해관계에 종속돼 버리고 마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인 셈이다.

徐奉大.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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