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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신귀족'에 주눅드는 '벤처 신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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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 박모(29·여)씨는 최근 대학 동창회에서 만난 동기 김모씨로부터 받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씨의 남편이 지난 98년 제조업체를 퇴사, 정보통신업체를 운영하면서 박씨 가구 소득의 4, 5배에 이르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다 올 연말 코스닥 시장에 등록, 최소한 20배의 자본이득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기 때문.

박씨는 "제조업체 사무직인 남편은 지금까지도 IMF 사태 이전 소득을 회복하지 못한데다 직종 전망도 불투명한 것 같아 몹시 불안하다"며 "세상에서 소외돼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벤처기업 열풍으로 삽시간에 벼락부자가 된 신흥기업인, 주식 투자자들과 정보통신부문 종사자들이 새로운 부유층으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중산층의 소위 '벤처 스트레스'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디지털(정보통신)사업이 우리 사회를 주도하는 산업으로 등장하면서 이같은 흐름에서 뒤쳐지는 사람은 몰락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의 '디지털 오어 다이(digital or die)'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역 건설업체 직원 서모(33)씨도 고등학교 동기 이모(33)씨와 벤처 창업에 뛰어들려고 했으나 아직까지 사직서를 제출하지 못해 좌절감에 젖어 있다. 서씨는 컴퓨터 전문가인 이씨와 달리 관리직이기 때문에 쉽게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이라 최근 퇴사한 이씨가 창업 준비로 동분서주하며 '백만장자의 꿈'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는 날 밤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이다.

특히 지역 술집이나 식당 등지에는 서씨와 비슷한 처지의 회사원들이 술자리에서 매스컴을 통해 들은 성공사례나 주위 사람들의 성공담을 거론하며 성실히 일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생활형편을 한탄하는 등 자조적인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계명대 이종오 교수는 "벤처붐이 기술발전과 효율적 자원배분 보다 투기성에 치우쳐 사회구조적인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면서 노동의욕 상실과 사회적 위화감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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