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매일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 같은해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면서 90년대 초반 문단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었던 향토(상주) 출신 소설가 박일문씨가 다섯번째 장편소설 '달은 도둑놈이다'(민음사 펴냄)를 출간했다.
'적멸'에 이어 2년만에 낸 이 장편은 한 전업작가의 삶과 죽음을 통해 상업주의에 기울어진 작가와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하면서 오늘날 문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를 캐묻고 있으며, 20, 30대의 격정을 거쳐온 중년작가의 고뇌를 떠올리기도 한다.
제주도로 '나'를 초대한 한란의 이야기, 군대 시절 '순이'와의 일, 출판사 시절과 전업작가로서의 생활과 고뇌, 불가에 출가했던 일 등 다소 변형되긴 했지만 다분히 자전적인 이 장편에는 요즘 문학에 대한 작가의 견해가 두드러져 있는 점이 주목된다.
박씨는 오늘날의 작가가 '창작자'라기보다는 '제작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에 깔고, 요즘의 문학이 가볍고 보잘 것 없다고 비판하면서 '작가의 죽음'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되묻고 있기도 하다.
박씨가 등단 이후 극단적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충격적으로 그리거나('살아남은 자의 슬픔'), 방황과 좌절과 패배의 대안 또는 구원으로서의 문학을 추구('아직 사랑할 시간은 남았다')하고, 같은 주제를 불교에 기대어 풀어냈듯이('적멸') 이번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문학에 대한 견해가 더욱 직접적으로 피력되고 있다.
박씨는 '병영일기' '함께 보낸 날들' 등의 시집도 낸 바 있지만 이번 장편에는 시적 이미지와 음악적 이미지들이 빈번하게 떠올라 있기도 하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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