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옷의 스타일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텍스타일 전시회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모이는 것도 첨단소재를 찾으려는 노력 중 하나입니다. 이런 면에서 한지옷은 패션 소재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영남이공대 패션디자인과 김영은 교수가 닥종이를 이용한 종이옷을 만들어 소재 개발전쟁에 휩싸인 패션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동안 종이옷은 예술의상이나 섬유미술을 하는 사람들이 감상용으로 제작한 적은 있지만, 막상 입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에 김교수가 6일까지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는 닥종이옷들은, 한지가 훌륭한 옷소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 교수가 종이옷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전주 한지축제에서 구입한 얇고 질긴 닥종이에서 얻은 확신. 면사로 박음질 했더니 충분히 입을 수 있을 만큼 천의 장력이 생겼다는 얘기이다. 이 종이천을 마구 치댔더니 구멍이 숭숭 뚫리면서 입은듯 만듯 가볍고 질긴 훌륭한 여름 옷감으로 변신했다.
"옷감으로서 내구성이 있을 뿐 아니라 천연소재가 주는 자연미와 은은한 색상이 매력적입니다. 드라이클리닝은 물론 손으로 조물조물 빨 수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실크나 모시보다 훨씬 싼 천연소재이면서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닥종이옷의 실용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실록에는 인조가 관북지방의 가난한 백성들을 위하여 종이저고리 500장을 지어 보냈다고 적혀 있으며, 무겁고 차가운 철제 갑옷 대신에 종이 갑옷을 입었다는 기록도 보여서, 김 교수의 종이옷은 우리 전통의 맥을 잇는 계기를 만들 참이기도 하다.
崔美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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