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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용천사 계곡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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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려한 자연 환경과 생태계를 간직, 10여년 전만 해도 오지로 여겨졌던 경북 청도군 각북면 오산2리 비슬산 중턱이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개발 논리에 밀려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

대구시 수성구 파동에서 가창댐~달성군 정대리를 거쳐 헐티재를 넘어서면 고찰 용천사가 자리잡은 오산2리를 만난다. 그냥 지나치면 도심 외곽의 한적한 드라이브길로 여겨지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농지와 산지 전용에 따른 개발로 자연 환경이 파괴된 현장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을 입구 오른쪽(대동골 방면)에 러브호텔과 카페, 음식점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고 그곳으로 가는 진입로가 2km에 걸쳐 있다. 먼지를 푹푹 날리며 산 속으로 달리는 폭 3~5m의 비포장의 이 진입로는 마구잡이로 나무를 베고 산허리를 잘라 만들어졌다. 러브호텔 조금 못 미친 길 오른쪽에는 수백평의 산림을 파괴해 만든 분묘가 넓게 자리잡고 있다. 부근에서 파낸 큰돌로 축대를 쌓아 묘지를 조성했고 인근 나무는 깡그리 잘라 냈다. 산림을 훼손한 자리에 서둘러 나무를 심어 부분적으로 복구한 흔적이 있으나 부자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곳 카페에서 내려다 본 도로 반대편 산자락은 더욱 흉한 몰골을 하고 있다. 모 개발회사가 산지전용허가를 받아 전원주택 11가구를 짓기 위해 9천900㎡(2천995평)의 산림을 밀어버렸다. 전원주택 부지는 집을 짓다말아 주변경관을 버려놓았으며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산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90년대 개발 붐으로 땅값이 치솟았던 이 마을은 현재 IMF사태로 거품이 빠지면서 개발이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7km에 이르는 대동골 일대는 개발의 풍파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마을 어귀에 자리잡은 청도개발공인중개사 관계자는"군에서 개발에 적극적인 만큼 농지전용으로 전원주택 등을 얼마든지 지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에 대해 정제영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총무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해당 시.군의 수익 올리기와 주민들의 인기에 집착, 환경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金敎盛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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