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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기업은 한국경제의 구세주인가'

IMF사태 이후 국내 기업을 인수한 해외 법인들이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작업방법, 노동관행, 임금.인사제도 등 전반적 기업운영체계 조정이 '노동권' 침해로 이어지면서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국내 노사관행을 무시하고 자국의 기업문화를 무리하게 국내 기업에 이식, 80년대 중반 이후 힘겹게 얻어낸 노동권을 박탈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기업이윤 상승분도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전'을 벼르는 분위기다.

지난 98년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대한중석초경을 인수한 이스라엘 이스카사는 사원 56명을 사실상 '해임'인 '조사원'으로 발령, 3월 현재 이 중 5명이 정상근무를 하고 있을 뿐 대다수가 퇴사하고 사표를 내지 않은 4명은 1년2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특별한 업무를 받지 못한 채 출근만 하고 있다.

이스카사는 또 '근무태만 관리시스템'을 도입, 출.퇴근 카드 제도를 실시하고 노동자들이 작업장에 설치된 단말기를 통해 개별 작업단위마다 실적을 입력케한 뒤 이를 근거로 인사고과를 평가토록 해 노조로부터 '비인간적 감시체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스카사는 특히 임금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올해 초 노조측 동의없이 인상률 7%를 적용한 임금을 일방적으로 지급, 이를 노조 협상권 무력화 시도로 받아들인 노조로부터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대한중석초경 노동조합은 이 사건을 계기로 지난 9일 회사 앞에 설치한 천막에서 '노조탄압 중단' '고용안정' '단체협상 준수'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생산성을 올린다는 명목 하에 인수 전보다 노동강도가 1.5~2배 정도 강화됐고 언제나 감시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화장실에도 마음대로 가지 못한다"며 "노조활동이 저조한 이스라엘 기업문화를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카측은 "임금인상과 관련, 노조 동의를 받지않은 것은 노조측이 임금협상을 지나치게 오래 끌었기 때문"이라며 "정부투자기업이었던 대한중석은 이스카 본사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5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해 대대적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올들어 대우기전에서 회사명이 바뀐 한국 델파이는 대우와 미국 GM사가 각각 50%씩 소유하고 있던 지분 중 대우 소유주가 채권단으로 넘어가 GM의 경영권이 간접적으로 강화되면서 운영체계 조정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델파이는 노동자들의 업무 흐름에서 '빈틈'을 제거한다는 취지로 이른바 '도요타생산방식'을 본격화하는 등 노동공학적 통제기법을 실시하는 한편 작업대에 가동률 지시계를 설치, 1인당 작업량을 중앙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대해 델파이 노동조합은 지시계 설치 반대서명에 이어 지시계 무시하기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으나 대우그룹의 채무정리가 마무리돼 GM의 경영권이 본격화되면 '경영 합리화'조치가 잇따를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으로 해외 법인의 국내기업 인수가 계속 진행되고 피인수 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노른자위 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외국자본'과 노동계 간 힘겨루기가 향후 중대한 노동문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대구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급박한 외환위기 상태를 벗어난 만큼 해외매각 자체에 대해 다시 한번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최소한의 노동권도 보장않은 채 자국 노사관행만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는 해외 법인은 엄청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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