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인간 게놈 인류 共有

클린턴 미국대통령과 블레어 영국총리가 인간 유전자지도(게놈)에 관한 자료를 공개할것에 합의했다. 인간 생명의 신비에 관한 연구 결과인 만큼 특정 국가나 개인의 것이 아닌 인류 공동의 자산이란 측면에서 양국 정상(頂上)이 공개를 선언한 것이겠지만 자료 공개선언의 파장은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처럼 게놈 연구가 걸음마 단계인 처지에선 미.영.일 등 선진국이 해마다 수억달러씩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 10~20년씩 연구한 결과를 인터넷으로 공개하겠다니 미상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닌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처럼 게놈 연구 자료 공개를 반기고 있는 반면 구미(歐美)의 생명공학 관련기업들은 울상이다. 미국의 어느 벤처 기업은 유전자 지도의 97%를 해독했다며 오는 상반기중 완성을 자신했고 한 제약회사는 유전자 관련 450개의 특허를 따냈다는 점을 강조, 연일 나스닥에서 상한가를 기록 했었다. 그러던것이 클린턴의 인간 게놈 자료 인류 공유(共有)선언을 한 직후 미국 나스닥지수는 '바이오 칩'을 중심으로 곤두박질, 200포인트나 빠졌으니 이들이 비명을 지를만도 할것이다. 인간게놈의 완성은 유전자염기의 배열상태를 밝히고 인종.체질등 개인 특성을 결정짓는 유전자 비밀을 밝혀낸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 알려진바로는 인체의 모든 유전자 정보 10만가지중 90%를 담은 유전자지도 초안이 이제 막 완성됐고 완전한 지도는 2003년께 완성된다는것. 이 지도가 완성되면 인간 질병연구에 신기원을 이루고 인체의 신비를 풀 수있는 장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 연구에 대한 반대론자들은 이것이 궁극적으로 인간이 실험실에서 인간을 창조해서야 되느냐는 본질적인 문제를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유전자 비밀을 해독함으로써 한 인간이 갖고있는 병에 대한 내성과 유전병을 알아내고 그에따라 열성(劣性)인가 우성(優性)인가를 가려 '인간등급'을 매기게 된다고 반대하기도 한다. 어쨌든 일본은 이미 인간게놈 소위원회를 만들고 유전적으로 인간등급을 매기는것을 방지하는 법령을 제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직도 지역감정 운운하며 헤매고만 있는 우리 정치인들이 한번쯤 귀담아 들을 얘기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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