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선거 시민반응

싱거운 선거였다. 사상 최대의 격전을 벌인 수도권이나 중부지역과는 딴판이었다. 인물이고 정책이고를 따지지 않았다. 무조건 '1번'을 찍는 '묻지만 정서'이고 '반 DJ'였다.

대구의 11개 선거구에서는 투표함 뚜껑을 열기가 무섭게 한나라당 몰표가 쏟아졌다. 초반부터 582개 투표소 어디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한 순간이나마 밀린 적이 없었다. 선개표장에 나온 검표 종사자, 각 후보 참관인들은 '역대로 이런 선거가 없었다'고 혀를 둘렀다.

경북에서는 그 나마 안동, 문경.예천, 울진.봉화가 여.야 후보간에 한 때 접전을 벌였지만 그 역시 '반 DJ' 바람의 위력을 실감했을 뿐이다. 화투판의 싹쓸이 짝이었다.

당연히 개표소마다 흔히 볼 수 있던 이의제기, 고함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역대 총선 개표 중 단 한건의 사건.사고가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TV 출구조사 발표로 맥이 빠져있던 '다른 후보' 참관인들은 초장부터 한나라당 일색에 낙담한 기색을 감추지않다가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과열선거운동으로 관심을 끈 달성군개표장에는 오후 7시 개표 시작과 함께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가 크게 앞서가자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민주당 참관인들이 대부분 자리를 비워 썰렁한 모습이었다.

여기에 부산 경남지역의 개표 소식마저 한나라당 싹쓸이로 나타나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가벼운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이래서야 나라꼴이 제대로 되겠느냐" 영.호남 모두를 향한 개탄의 소리였다.

회사원 박희만(46.달서구 본리동)씨는 "정치인과 유권자간의 지역감정 연결고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민심의 표출에 대한 정치권의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균 경북외국어테크노대 교수는 "지난 대선 이후 지역주의가 오히려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배종진 총선 대구시민연대 대변인은 "정치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뜻을 모아 낙천.낙선 운동을 했지만 15대총선 때보다 더 심한 지역주의에 아쉬움이 크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지역감정 타파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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