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의 최대 특징은 양당 체제가 더욱 뚜렷해진 동시에 지난 총선 직후의 여소야대 국면으로 되돌아갔다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제 1, 2당의 위상을 고수했다는 점은 총선 이전과 별 다른 차이가 없으나 자민련이 원내 교섭단체(20석)도 구성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히 추락,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 3당이 되면서 정치권에 적지않은 변화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자민련은 이같은 위상 때문에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의 대립을 조정할 수 있는 완충자 역할을 떠맡기에 현실적으로 적지않은 한계를 갖게 됐으며 결국 양당간의 힘겨루기는 더욱 첨예한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게다가 제 1당인 한나라당 조차 원내 과반수 의석(137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양당 모두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세 불리기 작업, 즉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현 정국은 '여소야대'라는 측면에서 민주당이 이같은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특히 각종 개혁정책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원내 안정의석 확보가 절실한 것이다. 민주당은 일차적으로 지난 2년간 공동정권을 이끌어왔었던 자민련과의 공조관계를 복원시키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나아가 호남의 친여 무소속 당선자도 우선적인 영입대상이다. 물론 자민련 측이 공조복원 쪽을 택할지 여부가 속단하기 어려우며 당 존립 차원에서 오히려 야당성을 더욱 부각시킬 가능성도 적지않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이들 모두를 흡수한다고 해도 과반수 의석에는 한 석 부족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민주당은 115석에 불과, 자민련(17석)과 호남쪽의 무소속 당선자(4명) 등을 모두 합친다 해도 136석에 그친다.
때문에 한나라당까지 겨냥한 정계개편 작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은 자칫 한나라당 쪽을 더욱 결속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론 정국 불안감만 고조시켜 김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적지않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결국 여당 측은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당분간은 이를 가시화시키기 보다는 야당 측과의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유화 제스처를 취하면서 물밑 작업에 치중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제 1당을 고수하게 됨으로써 현재의 양당 구도를 유지하는게 오히려 유리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당내 결속을 강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정계개편에 대해선 민주당 보단 소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총재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권이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한다면 상생의 정치는 불가능하다"며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한나라당 측이 과반 의석에서 불과 4석이 모자란다는 점에서 정국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정계개편을 오히려 주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향후 선거사범 처리 등의 과정에서 여권의 강력한 대응을 촉발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점 등에서 섣불리 세불리기에 나서기는 어려운 처지이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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