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선거가 실시되기 1~2주 전부터 채병하회장의 출마설이 흘러나오자 당시 상의 주변의 반응은 '설마'라는 한 마디로 요약됐다. 채회장 자신도 "주변의 강력한 권고로 어쩔 수 없이 결정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출마는 '무리수'였다.
그렇다면 이처럼 상식을 깨는 출마와 당선이 가능했던 배경은 무엇일까. 대다수 지역경제인들은 '경제계의 불화'가 채회장의 상의 회장 삼선(三選)을 가능하게 했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화성산업 이인중회장과 우방 이순목회장의 출마고사 이후 태왕물산 권성기회장에 맞설 새로운 후보가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도 '결코 권회장 단독 출마로 선거가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 상의 주변에서는 공공연히 나돌았다.
제3의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회장을 선출하는 임시총회 자체를 거부하거나 상의를 탈퇴할 수도 있다는 다소 극단적인 발언도 나왔다.
그만큼 권회장측에 대한 경제계 일부의 반발이 심했고 결국 대안을 찾지 못한 이들은 채회장을 후보로 내세우게 된 것이다.
채병하회장과 권성기회장사이 감정의 골은 세 차례나 거듭된 상의 회장선거 맞대결로 깊어졌다. 거기에 이들을 둘러싼 각종 기관.인사들의 이해관계와 개인적 감정이 난마처럼 얽혀 풀기 힘든 털실뭉치가 된 것이다.
지난 16대 상의는 채회장 당선을 받아들이지 못한 권회장측 인사들의 비협조로 '반쪽'으로 운영됐다. 경제계 화합의 구심점 돼야할 상의가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제17대 상의가 또다시 지역 경제계의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지역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될 뿐 아니라 상의 자체의 생존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2003년 상의 가입이 자율화로 바뀔 경우 대다수 업체들이 경제계 분열만 조장하는 단체로 낙인 찍힌 상의에서 발길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경제계 인사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채회장의 결단이 우선돼야한다.
선거에서 반대편에 섰던 인사들을 회장단에 적극 기용, 경제계 전체를 아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측이 이에 화답하지 않을 경우 대구시의 힘을 빌리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상대측에서 채회장의 제의에 화답하지 않더라도 대구시와 원만한 관계를 회복한 뒤 시를 통해 각계 인사를 추천받는 형식으로 회장단을 구성한다면 방법상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이 경제계 주변의 조언이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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