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쇼핑봉투 보증금제 1년만에 원점으로

쇼핑봉투 보증금제가 실시된 지 1년정도가 지났다. 그러나…. 1년동안 처음의 좋은 의도대로 자리잡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음의 자리로 되돌아온 느낌이다.

깜박 잊고 장바구니를 못 챙기고 장을 보러 갔다가 쇼핑봉투값을 아까워하고 있는 내게 슈퍼마켓 주인은 1회용 봉지에 그냥 물건을 담아 주었다. 물론 그 비닐봉지엔 그 가게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가게가 그곳 한곳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가게들은 더 늘어갔다. 처음엔 작은 가게에서나 그렇게 하더니 최근엔 꽤 큰 슈퍼마켓에서도 그냥 1회용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준다.

물론 1회용 봉투 사용시 부담하게 되어있는 비용도 알아서 없애준 채 말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장바구니에 쓰이던 관심 역시 사라져버렸다. 게다가 요즘 이런 현상은 웬만한 브랜드 옷가게에서도 심심찮게 만나게 된다. 그들 중 누구도 나에게 쇼핑봉투값을 내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겨우 1년 사이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 버렸다. 소비자들은 이제 익숙해질 만한데 상점들 스스로가 작은 영리에 민감했고 처음 '환경보호'란 이름으로 시작했던 관계당국도 차후까지의 관리를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처음의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진영(gracelj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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