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밖 봄 들녘과 동해 일출 그리고 진달래꽃 산행'
정동진역 모래시계 일출과 아직 정상에는 잔설이 남아 있는 설악산 남쪽줄기 주전골의 뛰어난 경관과 진달래꽃 산행길로 화창한 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차창을 스치는 복사꽃과 개나리 그리고 자두나무 꽃과 사과나무의 움트는 싹들, 파란 보리와 마늘줄기 그리고 무논의 못자리 비닐 하우스등 농촌들녘의 파노라마. 또 열차안을 가득 채우는 이웃들의 살아가는 훈훈한 이야기들로 봄여행을 들뜨게 한다.
외줄기 중앙선을 달리다 쉬었다를 거듭하던 열차도 강원도 첩첩산중으로 접어들면서 헉헉거리고 귀도 잠시 멍멍해진다. 100개 가까운 터널을 통과하노라면 '땅도 세평, 하늘도 세평'이라는 승부역도 만나고 지금은 폐허처럼 변해버린 탄광촌의 허물어진 슬레이트지붕들 등등 우리의 역사와 말없는 대화를 나누게 된다.
게다가 강원도 통리역과 도계역사이에는 산악철길의 급격한 높낮이 차이때문에 열차는 전진과 후진을 거듭하며 산을 오르 내린다. 소위 스위치백(switch back)시스템으로 과거 지리시간을 생각나게 한다.
6, 7시간 걸리는 열차여행. 피곤한 몸이다. 그러나 새벽 5시이전 일출시간에 맞춰 동해바닷가 정동진역 철로변에 서면 가슴이 탁 트인다. 출렁이는 파도와 깨끗한 백사장 그리고 철길옆 나지막하게 외로이 서있는 모래시계 소나무와 해송들. 어둑어둑한 새벽임에도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파도 수평선 저멀리 빨간 점이 떠오르고 모두들 들떠 있다. 드디어 조그만 점이 완전한 점으로 바뀌고 역주변에 설치된 커다란 모래시계 탑과 조각공원 위 범선을 개조한 대형 레스토랑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폭의 그림같은 풍경이다.
갑자기 느껴지는 허기는 역주변에 즐비한 식당을 찾으면 해소된다. 한편 역주변에는 간첩선과 환선굴등 관광명소를 연결하는 상품을 갖고 손님들을 끌어 당긴다. 발길을 돌려 설악산 한계령으로 향하면 또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구절양장의 한계령은 차량마저 헉헉거리게 만든다. 과거 70년대 한계령 도로를 내느라 군인들이 동원됐고 7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한계령 휴게소 108계단 위 설악루 앞 한계령 통제소 입구의 위령탑만이 그들을 기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지휘했던 당시 군단장(김재규 전중정부장)의 이름은 위령탑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누군가 이름을 긁어 없애 버린 것.
서늘한 바람이 그렇게 상쾌할 수 없다. 한계령을 넘으면 백담사 가는 길. 여유가 없어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서 용소폭포 입구에서 내려 입장료(1천원)를 내고 주전골 산행에 나섰다. 명경지수와 같은 계곡물. 계곡 좌우에 병풍처럼 늘어선 삐쭉삐쭉 기암괴석들의 춤사위. 암벽 중간중간 애처롭게 핀 진달래와 바위에 뿌리내린 소나무. 용소폭포와 선녀탕 그리고 12폭포의 물이 너무 맑다. 특히 12폭포길의 뿌리채 뽑히거나 통째 쓰러져 산길을 가로막는 어른 몸통 크기 전나무 둥치가 원시림을 연상시킨다. 또 연분홍 진달래와 노란 물감들인 산수유꽃, 아름드리 나무들…. 가히 설악산의 작은 금강산이라 불릴 만하다. 주전골. 과거 조선시대 도적들이 이곳에서 사전(私錢) 즉 위조지폐를 찍어냈다고 해서 주전(鑄錢)골이다. 주전골을 타고 오색으로 내려오는 길은 허공을 걷는 듯하다. 선녀탕을 지나면 떫은 듯한 '녹(綠)내' 나는 약수가 나그네 목을 축여준다. 1시간정도의 산행길이다. 별 부담도 없다. 적당히 흘린 땀과 피로는 오색공원주차장 주변에서 영업중인 온천욕(3천원)으로 씻어 낼 수 있어 좋다. 허기진 배는 이곳 식당가 산나물 그득한 요리나 산청어회와 황어회(1접시 3만원)로 채울 수도 있다. 문의:동대구역 053)955-7788,431-3000. -정인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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