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한의 바둑실태

국내 한 컴퓨터게임 개발업체가 인터넷을 통한 남북한간 바둑대회를 추진하고 있어 그 성사 여부와 함께 북한의 바둑 실태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터넷게임 개발업체인 (주)조이포유(www.joy4you)는 오는 6월6일 인터넷 남북바둑대회를 개최키로 하고 지난 24일부터 남북한 바둑동호인을 대상으로 참가자 모집에 들어갔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남북한 정상회담 추진과 발맞춰 민간교류 확대차원의 하나로 대회를 열기로 했는데 인터넷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북한의 여건상 제약요인이 있긴 하지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 북한의 바둑은 어떤 상태인가.

북한은 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바둑을 '부르주아의 오락'이라며 배척해 왔다. 그러나 89년 체육위원회(현 체육성) 산하에 바둑협회를 조직하고 지방에는 지부를 구성하는 등 보급에 나서기 시작했다. 91년에는 국제바둑연맹에도 가입했다.

이처럼 북한이 바둑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에 있는 바둑을 적절히 이용하면 큰 선전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바둑은 지난 92년말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바둑 유망주 발굴을 위해 북한 전역에 있는 학생소년궁전이나 학생소년회관에 바둑소조를 조직하라는 지시를 내린 이후 급성장했다. 김정일이 이때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은 같은해 10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여자아마추어바둑선수권대회에서 당시 7세이던 최은아(현재 15·여·아마 6단)가 8위에 입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북한은 어린 바둑 유망주들을 골라 중국유학을 보냈으며(93년) 전국소년바둑대회도 창설(94년)했다. 95년에는 우리의 프로기사제와 비슷한 '완전선수제'도 도입했고 96년초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바둑 꿈나무 30여명을 평양 바둑회관에서 합숙시키면서까지 바둑수업을 받도록 했다. 97년부터는 각종 체육대회에 바둑을 정식종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북한 바둑의 메카는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의 바둑소조이다. 북한 최고의 고수로 평가받는 문영삼(22·아마 7단)과 함께 북한 바둑계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로 인정받고 있는 최은아 이봉일(20·아마 7단) 최명선(18·아마 7단) 등이 현재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 중이다.

가장 권위있는 바둑대회는 지난 90년 창설된 전국바둑대회로 이 대회는 고단급(4단 이상)과 저단급(3단 이하)로 나눠 진행된다.

그러나 우리처럼 완전 대중화되지는 못한 상태로 현재 북한의 바둑인구는 2만~3만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일반 주민들 사이에 취미생활로 완전 정착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바둑 수준은 북한 고수들의 기력이 우리나라의 한국기원 연수생 정도로 프로바둑이 활성화되어 있는 우리나라나 중국·일본에 비해 현저히 낮지만 국가차원의 육성책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선수들이 속속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宋回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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