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외강요 교육정책

"과열입시를 방지한다고 교육부가 내놓는 정책 하나하나가 모두 학부모들 주름살을 깊게하는 것들이에요. 이제 과외마저 허용됐는데 언제까지 현실과도 안 맞는 요란만 떨어댈 건가요"

과외 금지가 위헌으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고2 학부모 조모(42.여.수성구 시지동)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대학생인 큰 아이 때보다 교육비를 3배나 더 들이고 있는 상황에, 갑자기 과외가 허용돼 앞으로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교육정책이 급변하면서 학부모들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과외 전면 허용이라는 충격파가 던져짐에 따라 허술한 교육정책이 빚는 부작용은 더욱 심각해져 결국 교육의 모든 짐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꼴이 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고3 수험생. 수능시험을 쉽게 출제, 입시과열을 방지하겠다는 교육부 의도는 정확하게 빗나갔다. 상위권 수험생들의 과외는 당연한 일로 접어두더라도 중하위권 수험생들도 조금만 열심히 하면 몇십점씩 올릴 수 있게 돼 취약한 한두 과목에 대한 집중과외를 부추겼다. 일신학원 윤일현 진학실장은 "과거에는 상위권 일부 학생들이 과외를 했지만 수능시험이 쉬워진 후 하위권일수록 과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는 생각이 일반화됐다"고 전했다.

2002학년도 새 대입제도의 첫 대상인 고2의 경우 상황은 더 나쁘다. '한 가지만 잘 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교육부 발표에 지난해 1년을 허송한 학생이 상당수. 그런데 교육부와 대학의 발표가 계속될수록 수능시험과 내신성적의 비중이 강조되다 보니 고3보다 오히려 더 초조해졌다.

이와 맞물려 대구지역에는 일부 학원에는 올초부터 고교 2학년생들이 미어터질 정도로 붐비는 이상특수를 맞고 있다. ㅇ고 교사는 "2학년생들 가운데 무려 78%가 방과 후 학원수강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과외까지 허용되면 학교교육에 공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과외가 허용된 마당에 교육부가 무턱대고 막아온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라도 하루빨리 허용해줄 것을 고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교육부의 '야심작' 수행평가도 마찬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골목학원들이 수행평가 과제물을 대신해 주는가 하면 쪽지시험 예상문제, 학교별 수행평가 대처방법 등을 내세워 학생들을 학교교육의 파행에 앞장서고 있다.최근 잇달아 발표된 영어와 컴퓨터 교육 강화 방침도 학부모들 사이에 빠른 속도로 사교육 바람을 확산시키고 있다. 현재의 학교 교육 수준으로는 교육부와 학부모가 바라는 영어 원어 수업, 컴퓨터 필수교육 등을 충족시키기 힘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교육부의 방침은 결국 제도가 이렇게 바뀌니 학부모들이 알아서 학원이나 과외교사를 찾아 교육시킨 후 학교에 보내달라는 요구에 다름아닌 것이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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