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제2차 준비접촉은 비교적 순항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7일 판문점 북 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정상회담 2차 접촉은 예상과 달리 1시간 30분만에 끝났다. 당초 우리 측은 의제협상을 위해 오후까지 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실무절차 등에 대한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회담을 빨리 매듭지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도 "회담이 예상보다 빨리 끝난 것은 회담이 잘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절차문제가 심각하게 논의할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준비접촉에서 남북 양 측은 일단 정상회담의 형식과 대표단 규모, 선발대 파견문제, 경호, 의전 등의 문제에 대해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 의전, 통신 등의 문제는 지난 94년 정상회담 준비때 선례가 있어 별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
우리 측 양영식 수석대표는 준비접촉 후 기자회견에서 "쌍방은 절차문제에 관해 합의문 작성에 들어갈 정도로 의견접근을 이뤘다"면서 "5월3일 준비접촉에서는 정상회담 절차합의서를 타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 측 김령성 단장도 "여러 문제에 합의가 있었다"며 "정상회담에 필요한 절차를 3차접촉에서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자리에서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횟수와 형식에 대해서도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 대통령이 6월 평양방문기간 중 김정일 위원장과 단독정상회담을 두 차례 이상 개최키로 사실상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남 측의 희망에 대해 북 측이 원칙적으로 동의한 것일 뿐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실무절차에 대한 합의와 달리 의제문제에 대한 양 측 입장 차는 여전한 것 같다. 우선 이날 2차 준비접촉에서도 양 측은 경제협력, 이산가족문제 등 의제문제는 거의 접근을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양 수석대표도 "북한 측의 기본입장은 의제문제 등을 광범위하게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해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심지어 북 측이 의제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강조한 것을 두고 북 측이 우리 내부 문제를 들고 나와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때문에 이날 2차 접촉에서 의제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했던 우리 측 의도는 북 측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달 3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게 될 3차 접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번 2차 접촉에서 실무절차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협의를 봤기 때문에 이부분은 합의서를 교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협이나 이산가족 문제 등 의제문제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박재규 통일부장관도 이와 관련 "3차에서 안되면 4차까지 가야 한다"며 "남북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인내심을 갖고 접촉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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