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교육 빈익빈 부익부"고액과외를 막겠다고요.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학부모들의 자기 과시와 자녀에 대한 보상 욕구가 여전한데 어떻게 차단한다는 겁니까"
과외 전면 허용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들은 대구 한 고3 교사는 28일되살아날 '고액과외 망령'을 언급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과외가 금지됐을 때도 고액과외가 버젓이 유행했는데 과외가 허용된 마당에 학부모와 과외선생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추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교사들은 단기간 내에 과외시장의 무차별 확산과 함께 고액과외-중저가 과외-학원수강 등 단계별 세분화를 예상했다. 지금도 존재하는 유명학원 강사나 교사들의 수백만원대 과외는 부유층 사이에서 급속도록 번질 게 분명하고 여기에 합류하지 못한 학부모들도 자녀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어떻게든 과외나 학원수강을 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8일 밤 수성구 한 학원에서 몰려나오는 ㄱ, ㄷ고 학생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감지됐다. 학교 수업은 학원서 다 들은 것들이라 관심이 없고 오히려 학원서 경쟁하는 상황인데 개인과외를 받는 아이들은 여기서도 앞서나가고 있다는 것. 학생들은 "대학에 가려 한다면 학교내 경쟁이 아니라 다른 학교, 지역 학생들과 맞서야 하는데 다른 친구들이나 서울 아이들이 고액과외를 받고 있다면 우리도 해야지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교육기관으로서의 학교는 이미 전시장의 공룡화석으로 전락했다. 지금은 그저 복습하고 휴식하고 정보를 얻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학원에서 배운 것들을 되풀이 듣고 친구들과 떠들고 어울리며 시험을 언제 친다는 이야기를 듣는 곳. 주위 친구들이 주로 어느 학원에 다니고 과외는 하는지, 공부는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살피는 곳이다.
ㄱ고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에 대한 불만을 터뜨려 대면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실력과 개성이 다른 아이들에게 획일적 수업을 하고 성적 경쟁을 부추기는 한 학교는 과외의 핑계거리가 될 뿐"이라고 자조했다. 또 "고액과외와 저액과외의 차등화로 학생들 사이에 빚어질 갈등과 위화감을 어떻게 조율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한 학원강사는 "부유층은 자기과시의 수단으로, 자수성가로 사회적 안정을 잡은 층은 계층승계의 수단으로 고액과외를 원한다"며 "학교교육으로는 결코 메워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헌재가 과외금지를 위헌으로 결정한 그 시간 서울대 인사위원회가 딸의 불법 고액과외로 불명예퇴진했던 전 서울대 총장의 복직을 결정한 묘한 상황을 언급했다. 공교육의 위기와 재건을 앞장서 주장하고 과외의 부당함에 목청을 높이다가도 뒷전으로는 자기 자식을 위해 유명 과외교사를 찾아다니는 교수, 교사 등 교육현장의 일그러진 현실에 대한 비판이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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