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살인 미군 탈주해도 그만인가

한국여성을 살해한 미군상병이 그의 신병을 보호하고 있던 미군기지 법무감실에서 탈주했다 8시간만에 붙잡힌 사건은 불평등하기 이를데없는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에 있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미군범죄는 최근에 들면서 해가 갈수록 그 건수도 늘고 살인.강간(강제추행) 등의 강력범 위주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경기도의 미군기지촌 주변에선 물론 대구에서도 최근 미군무원이 초등학생을 상습추행하다 검거된데다 미군 장교는 한국인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이 수사중이다.

미군범죄자는 지난 98년 500여명에서 지난해에는 956명으로 거의 배로 급증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해 범죄자중 우리 법원의 재판을 받은 건 불과 34명으로 3.5%에 그쳤다는 건 우리 법상식으론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다. 물론 이에 대해 미군측에선 단순폭행이나 교통사고를 제외하면 20%정도 된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이 수치도 불만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SOFA내용중 미국측의 요청이 있으면 우리측이 재판을 포기하도록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마디로 원시성에 가까운 '악법'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특히 이번 살인혐의의 미군 탈주극은 바로 수사단계에서부터 부닥치는 '범인인도시기'에 관한 규정이 잘못됐기에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현재 SOFA규정상 미군이 아무리 흉악범죄를 저질러도 사실상 검거직후부터 신병은 미군헌병대가 인도해 가도록 돼 있다. 이는 수사자체가 극히 어렵고 그에 따른 공소유지에도 이만저만한 애로를 겪지 않을 수 없는 원초적 문제점이다. 강력범의 수사는 그 초동단계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이 중요한 시점에 미군측에 범인이 인도되면 사실상 우리 수사는 피해자위주의 반쪽수사만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래가지고는 재판이 제대로 될리 없고 그 결과 또한 불만스러울건 뻔한 이치이다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변협 등에서 최소한 범인인도시만이라도 나토나 주일미군의 경우와 동등한 공소제기단계부터 우리쪽에 신병인도를 할 수 있도록 고치는게 급선무라는 주장엔 동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군범죄에 대한 이런 불평등 규정은 자칫한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더욱 자극하고 급기야 그 후유증은 어디로 비화될지 모를 만큼 고조돼 있다. 정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SOFA개정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되겠지만 미국도 이젠 '시혜의 입장'에서 벗어나 동등한 우방국 차원에서 갖가지 '불평등'해소에 스스로 노력, 후환을 없애야 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