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워크피아-외국투자기업이 노사분규의 진원지?

'대구·경북지역 노사분규는 외국인투자기업이 이끈다(?)'외국인투자기업이 IMF이후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에 따라 크게 늘었으나 국내와 투자국간의 노동법, 노사관행, 문화의 차이로 인해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특히 이들 업체는 서구식 노사관계를 국내 사업장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회의적인 노조관, 노조전임자 불인정, 구조조정 및 해고의 일상화, 노동강도 강화 등으로 노조와 잦은 마찰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외국인투자기업의 실태파악과 함께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외국인투자기업을 압박하고 있다.▨현황

노동부와 한국노총의 99년 자료에 따르면 국내 외국인투자기업은 제조업 651, 금융보험업 66, 도소매수리업 277, 서비스업 284개 업체 등 모두 1천278개 업체로 제조업이 전체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투자국가별로 보면 일본(419개 업체), 미국(370), 독일(90), 영국(41), 기타(358)로 구분되며 이들 업체에 속한 노동자는 13만8천906명에 달한다.

이중 노조가 조직된 사업장은 전체의 8.8%에 불과한 113개 업체이며 이는 비슷한 규모의 일반사업장(노동자 100인이상)의 노조 조직률 30%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4월 현재 외국인투자기업은 각각 61개, 124개 업체로 지난 97년 31개, 83개 업체보다 2, 3배가량 크게 늘었다.

▨지역실태

5월 현재 지역에서 파업중이거나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사업장은 7개 업체. 이중 외국인투자기업이 4개 업체로 전체의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곳은 해외매각 1호 기업인 대구 달성군의 대한중석초경(주). 지난 98년 8월 이스라엘 기업인 이스카사가 인수한 뒤 당초 1년동안 고용보장을 약속해놓고 50여명의 현장노동자를 '조사원'이란 명목으로 사실상 대기발령하는 바람에 분쟁의 씨앗을 틔웠다. 지난해 6월 이후 노사간 20여차례의 교섭에도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측은 회사측이 △지방노동위원회 결정 수용거부 △임금인상분 소급적용 거부 △회사측 임금인상안 강제서명 △노동자 중앙통제시스템 마련 등을 통해 수차례 단협을 위반하며 노조를 와해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부분파업 등을 벌이고 있으며 최근 간부들을 중심으로 회사정문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역 4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달 17일부터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이스카사를 압박하면서 노조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스카사의 인수이후 주5일근무제 등 작업환경을 개선했고 복지수준을 향상시켰다며 노조측의 '무노조전략' '인권침해' 주장은 허위·과장됐다며 대응하고 있다.

미국자본을 중심으로 한·일자본이 공동투자된 대구 달성군 한국게이츠(주)도 대표적 노사분규 현장. 노조측은 노조전임자 및 유니온숍인정, 인사위원회 노사동수 구성, 연봉제 폐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측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노조측은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다 파업중에도 해외에서 제품을 들여와 납품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달 20일부터 철야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달 14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으나 회사와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자본이 주를 이루는 경북 경주의 발레오 만도시스템코리아(주)도 노사 양측이 집단교섭과 개별교섭이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충남 아산과 경기 평택의 만도기계가 당초 같은 법인이었고 노동조건이 동일하므로 집단교섭을 벌이는게 당연하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14일 노동쟁의조정신청을 낸 뒤 파업을 벌이고 있다.

독일자본이 투자된 경북 경주의 한국펠저(주) 역시 노사가 지난 2월9일까지 16차례 단체협약을 벌였으나 결렬, 노조가 지난 12일 노동쟁의조정신청을 낸 상태여서 갈등양상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급전임자, 생산장려수당, 휴가비지급 등이 노사간 쟁점이 되고 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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