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원칙도 대책도 없는 과외정책

정부 여당의 교육정책은 한 마디로 '원칙도 없고 대책도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 현실성이 부족하고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졸속 대책들을 내놓으면서 허둥대고 있어 혼란과 불안감만 커지게 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 교육부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과외 금지를 명시한 법률이 새로 개정될 때까지 경과조치로 모든 과외가 허용된다고 하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단속'으로 선회하는 등 헌재의 결정과는 거꾸로 가거나 어긋나는 후속대책이 잇따르고 있다.

계층간·지역간 위화감 조성 등 '과외 전면 허용'이 몰고올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이자 교육부는 국고로 저소득층 과외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당장 고액과외를 단속하겠다고도 나섰으나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이번에는 또 저소득층·농어촌지역 자녀 48만명을 대상으로 1인당 연 15만원씩 지원해 교내에서 영어회화·컴퓨터·과학 탐구 등 특기 적성교육을 시키겠다는 공교육 내실화 방안을 내놓았다. 3일 열린 과외교습 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는 이밖에도 학원이 강사가 학원 밖에서의 강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부규정을 만들도록 지도하고, 학부모들의 '품앗이 과외', '대학생 봉사활동 과외' 등을 권장한다는 내용의 대책을 마련했으나 졸속의 흔적이 역력하고 그 실효성과 현실성에도 문제가 없지 않아 보인다.

농어촌지역 자녀 등에 대한 공교육 배려는 공감이 가지만 '품앗이 과외'이나 '대학생 봉사활동 과외' 권장 등은 논란의 소지가 많고 현실적인 부작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과외가 교육부의 의도대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과외를 한 현직 교사와 교수들을 중징계하고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발상도 일선 교직자들을 우범자로 보거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논란의 소지가 많아 '비뚤어진 시각'이라는 비판을 비켜서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공교육의 정상화·내실화는 교육부와 일선 교직자가 적극 협조하는 동반자 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아무튼 교육부의 최근 조치들은 반대 여론 등에 부닥치면서 허둥댄 결과 엄포성 대책과 졸속 조치, 구태의연한 처방에 급급하고, 원칙도 없이 좌왕우왕하는 인상을 씻을 수 없게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 여당은 이제부터라도 검증도 없고 현실성도 없이 선진국의 교육제도를 좇아가지 말고 우리의 현실에 맞는 백년대계의 '한국적 교육제도'를 이끌어내는 데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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