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은 어린이날. 날로 푸르러가는 신록속에 곳곳에서 기념잔치가 벌어지고 백화점 선물코너마다 북적거리지만 올해도 그늘진 얼굴로 이날을 맞는 쓸쓸한 동심이 적지 않다. 오히려 그늘진 곳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예전보다 줄었다.
아버지(37), 할머니(75)와 함께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김경은(11·서구 평리동)양. 옷 수선공으로 일하던 아버지는 지난해 3월 대장암 말기 수술을 받은 뒤 병석에 누워있다. 3살때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의 얼굴은 기억에서도 떠올려지지 않는다.
아버지는 한차례 수술뒤 더 이상 병원에 못가고 있다. 한달에 30만원씩 나오는 생활보호대상자 생계비로는 약값조차 엄두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어린이날 선물을 사준신댔어요. 하지만 안주셔도 괜찮아요. 아빠가 빨리 낫는 게 제일 바라는 선물이에요" 초교 5년의 경은이의 예쁜 얼굴 한 켠에 언뜻 그늘이 스쳤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소년소녀가장은 지난 연말 현재 241가구 354명. 이들 어린이들은 매달 정부에서 나오는 29만원으로 집세, 학비, 생활비 등을 감당하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사실 소년소녀가정은 이보다 훨씬 많다. 정부는 OECD에 가입한 마당에 소년소녀가장이 너무 많으면 모양새가 좋지않다는 이유로, 올해 새로 '가정위탁아동'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대상자 상당수를 별도 분류해놓았기 때문.
그래도 경은이는 가족과 함께 어린이날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한지 모른다. 보육원 등 아동복지시설에 맡겨진 어린이들에겐 올해 어린이날은 더 힘든 날이 될 것 같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 아동복지시설 등에 후원금과 각종 선물이 쏟아졌지만 올해는 정부나 민간의 지원과 관심이 더욱 멀어지면서 썰렁하기만 한 것.
대구 신당·가정·서구제일종합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가정복지회의 경우 예년에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5, 6개 기업들이 성금을 보내왔지만 올해는 한 곳뿐이다.
李尙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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