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일본이 먼 사람들

사람마다 사는 방법이 다르듯이 생각하고 꿈꾸는 바도 다를 것이다. 나는 가끔 낙동강의 수운을 이용하여 국내는 물론 멀리 외국에까지 왕래할 수 없을까 생각한다. 그리곤 선조들처럼 배를 타고 그들이 가닿았던 곳을 밟아보고 싶다. 또 철마를 타고 삼팔선을 넘어 시베리아 벌판을 달려보고 싶은 꿈을 꾼다.

그래서 지도를 펴놓고 손가락으로 짚어가는 도시의 이름들은 낯설고 먼 곳이 아니라 언젠가 내 발길이 닿을 정겨움으로 다가오곤 했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마음만 먹으면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가깝지만 참으로 먼 나라였다. 젊은 여자들에게는 더욱 그런 곳이었다.

며칠 일본에 다녀오기 위해 비자 발급 신청하러 갔다. 담당자는 꼬치꼬치 많은 질문을 하더니 직업을 물었다. 낯선 남자에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이 싫어서 '그냥…주부'라 대답했다. 그 사람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 혼자 여행할 경우는 보통사람들이 갖출 서류 외에 '통장잔고 증명'과 '직계가족 보증인 증명'등등 몇가지 더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며칠 다녀오는데 왜 그렇게 까다롭고 복잡한 지를 물었더니 IMF이후 한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많아 일본 당국의 요구사항이라는 답변이었다. 남자나 예순이 넘은 여자들은 간단한 서류만으로도 여행이 가능하지만 젊은 여자, 그것도 혼자 여행할 경우는 그렇게 까다롭다는 것이었다.

일본으로서야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한 방안일 것이다. 그 강한 자국애를 엿보면서 강대국 사이에서 기를 못 펴고 사는 나라, 그 나라의 여자로 태어난 것이 잠깐 마음아프게 했다.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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