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시 흥덕동 이경희씨

장애의 몸으로 20년 가까이 남의 아이 20여명을 대가없이 키워온 여성이 어버이날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문경시 흥덕동 이경희(41·여·사진)씨. 세살 때 소아마비를 앓은 뒤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고 팔만 겨우 움직이는 장애인이다.

홀로서기를 위해 이씨가 보모역을 택한 것은 23세 때인 지난 82년. 처음 양육지원금을 받아 가족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시작했지만 결과는 어긋났다. 지금까지 23명을 키웠으나 양육비를 제대로 받은 경우는 단 2명뿐. 대부분 유흥업소 여성들이 맡긴 아이들이라 양육비를 요구하기도 힘든데다 아이를 맡긴 후 아예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많은 탓이다.

맡겨지는 아이는 대부분 생후 40~50일된 신생아. 불편한 몸이지만 시간에 맞춰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등 엄마 역할에 정성을 쏟았다.

눈물짓는 경우도 많았다. 몇년이 지나도록 부모가 나타나지 않아 소개해준 사람이 보다못해 고아원으로 데려다 준 경우도 여러번. 5년이상 기른 아이를 아버지라며 데려간 뒤 얼마 되지 않아 잃어버렸다는 소식에 백방으로 수소문하다 끝내 찾지 못해 허탈해하기도 했다.

이씨의 가장 큰 걱정은 자신의 몸이 나빠져 더 이상 아이들을 돌볼 수 없지않을까 하는 것. 지난해 5월 임파선 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까지 받았지만 키우던 아이 3명의 얼굴이 떠올라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각오가 생겼다. 다행히 꾸준한 식이요법과 간절한 기도로 건강이 호전돼 지금은 다섯살짜리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씨는 장애인 전화 상담 역할도 자비를 들여 하며 봉사모임에 가입, 고아원과 독거노인 등을 찾는데도 열성이다.

"육체적인 장애보다 더 큰 것은 정신적 장애"라고 말하는 이씨는 "내 아이가 잘 되려면 남의 아이도 바르게 클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경·尹相浩기자 youns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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