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사람들이 교훈을 얻었나요? 이젠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죽이지 않아요?""사람들은 여전히 교훈을 얻지 못했단다…전쟁은 끊일 날이 없어. 또 강제수용소도 계속 남아 있어"
열 한살난 소년 네모가 할머니로부터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질문했으나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대답을 듣고는 실망하고 만다.
'네모의 책'(니콜 바샤랑·도미니크 시모네 지음, 박창화 옮김, 사계절출판사 펴냄, 376쪽, 1만2천원)은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기억상실증에 걸린 소년 네모가 끝없는 질문과 배움을 통해 세상과 인간에 대해 알게 된다는 어린이용 소설이다. 네모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과 정체성을 찾기 위해 가스파르 형과 함께 여행하면서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역사의 현장과 유적지를 둘러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세상과 인간, 역사를 새롭게 발견한다. 이 과정에서 역사, 예술, 문학, 지리학, 생태학, 과학, 천문학, 종교, 철학 등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교양을 쌓게 된다.
어린이들의 백지같은 마음속에는 강한 호기심이 자리잡고 있다. '이건 왜 이런거야?' '그것이 뭐야?' 등의 질문과 그에 대한 어른들의 대답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열 살이 넘은 어린이는 유아보다 호기심이 적어지거나 호기심의 대상이 달라지게 마련이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교통사고로 주인공 네모가 기억상실증과 기본적 행동밖에 하지 못하는 반면 강한 호기심을 갖고 있도록 설정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알아야 할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어한다. 거기에는 역사적 지식 뿐만 아니라 전쟁이 끊이지 않는 세상, 인종 차별 등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의 잘못을 지적하고 민주적 가치, 비판정신 등을 강조함으로써 자라나는 세대들이 편견을 갖지 않고 균형감각을 갖춘 시민으로 거듭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자녀들과 함께 읽다 보면 어른들에게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는 듯 하다.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것, 말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이다.-金知奭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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