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권 화폐사기'전말

'큰손' 장영자(56·여)씨가 연루된데다 과연 수천억원대의 구권 화폐가 실존하는 것인지 여부를 놓고 관심을 모았던 '구권화폐 거액사기사건'이 주범 장씨가 17일 검찰에 붙잡히면서 사건 전말이 드러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천억원대 구권화폐 실존하나=작년말부터 명동 사채시장과 종금사,파이낸스 등 금융권에서는 '신권으로 교환하기를 원하는 거액의 구권 자금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으며 실제로 교환제의를 받은 금융기관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금까지 총 5차례에 걸친 사기사건중 구권의 실체가 드러난 적이 한번도 없는데다 조폐공사에서 발행한 화폐가 한국은행에 입고되는 과정에서 대량 유출되지 않고는 이같은 액수의 구권화폐 자금이 존재하기 어렵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장씨 범행수법=장씨는 지난해 11월 부터 지난 3월까지 '선금을 주면 웃돈을 얹어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보유한 구권화폐를 대량으로 주겠다'며 시중은행장및 사채업자에게 접근, 5차례에 걸쳐 은행및 사채업자를 상대로 모두 194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은행장들이 구권화폐의 실존 여부를 의심쩍어 할 경우 고위층 인사들과의 친분을 내세우거나 지난 80년대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자신의 지명도를 역이용해 이들을 꼬드겼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장씨가 범행할 당시 사채시장 및 금융계에 "수천억원대의 구권화폐 비자금이 모처에 존재한다"는 소문이 나돈 점에 착안, 장씨가 사기극을 위해 고의로 허위 사실을 흘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조직과의 연계 및 제3의 사기단 존재 여부=검찰은 최근 경찰에 적발된 김정훈(34·검거)씨 및 유정호(48·구속)씨 등 또 다른 구권화폐 사기단이 지난해 12월 장씨의 공범 윤씨를 통해 장씨로부터 21억원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장씨와 이들 조직과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중이다.

검찰은 특히 장씨와 김씨 일당이 비슷한 수법으로 각각 143억,80억대의 사기극을 벌였고 사채시장에서 나름대로 지명도를 갖고 있는 윤씨를 매개로 접촉한 점으로 미뤄 이들이 모종의 공모를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와 공범 윤씨와의 관계=검찰은 일단 지난 11월 C은행 양봉지점을 시작으로 C은행 김포 검단지점, O은행 언주로 지점에 이어 지난 3월 S은행을 상대로 한 사기극에 이르기까지 장씨가 윤씨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와 윤씨가 청주교도소 수감시절 가깝게 지내왔으며 윤씨가 S은행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기 전 부터 서초동 장씨의 집에 기거해오면서 집안일을 거든 사실도 검찰의 이같은 판단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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