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슬람 교주 마호메드가 추종자들에게 자신의 신통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한창 신이난 마호메드는 갑자기 멀리 떨어져있는 높은 산을 가리키며 "나는 저산도 불러올 수 있는 사람"이라 큰 소리치고는 "산아 이리왓"이라고 기합을 넣었다. 그렇다고 산이 움직일 턱이 있는가. 추종자들 모두가 조마조마한 가운데 마호메드만은 오히려 기고만장-"산이 피곤해서 오기 싫은 모양인데 그럼 내가 그리 가면 되지"라고 했다던가.

이처럼 정치지도자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신의 영달과 대중적 인기를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함부로 하고 약속이 빗나가면 터무니 없는 말로 능청을 떨기 일쑤다. 오죽하면 영국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이 정치인을 두고 "정치인이란 미래에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를 말할 수 있는 재능과 예측이 빗나갔을 때 둘러 대서 능청을 떨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자"라고 정의 했을까.

우리 정치권에도 처칠이 지적한 그런 류의 재능(?)을 가진 정치인은 많지만 그중에도 JP의 말바꾸기 재주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한듯 하다. JP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의 공조 파기와 야당의 길을 선언했고 선거기간동안 민주당과 DJ를 심하게 몰아쳤었다. 그런 그가 불과 얼마만에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공조운운 하며 나서고 있으니 이야말로 '마호메드'가 부끄러워 돌아 앉을 지경이 아닌가 싶다.

JP-그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좌우명으로 삼아 평생동안 풍운의 정치 판에서 종횡무진 뛰어온 사람이다. 상선약수, 다시말해 매사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이 제일 좋다는 그의 폭넓은 몸가짐과 소이부답(笑而不答·웃으며 답하지 않는다)형의 중후한 처신은 단소경박(短小輕薄)한 우리 정치권에서는 독특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의 경륜과 인생에 매료된 사람도 적지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왔다갔다 하는 언동을 보면서 어쩐지 JP가 지나치게 노욕에 집착하는구나 싶은 마음을 갖게된다. 끈적끈적하게 눌러붙어서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영향력을 늘리려고 발버둥이구나 싶은 것이다. 그리봐서 그런지 상선약수의 좌우명도 물처럼 아무 그릇에나 담기겠다는 무지조의 표현처럼 들리고 소이부답도 말바꾸기 위해 답을 않는 기회주의자의 처신으로 밉게 보이는 것이다. 어쨌든 JP도 정치판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다는 느낌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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