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밀라노 프로젝트의 과감한 추진을 위해 국제 섬유 패션도시를 선포한 지 25일로 1주년이 됐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열리고 있는 '대구 섬유 패션 축제'가 31일 막을 내린다.
올해 2년째 사업을 진행중인 밀라노 프로젝트의 중간 점검을 통해 대구가 섬유 패션 도시로의 발판을 어느 정도 구축하고 있는지 평가해본다.
◇밀라노 프로젝트란
제직·염색에 편중된 지역 산업구조를 패션·디자인, 어패럴산업과 연계해 세계적인 섬유 패션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섬유 구조 고도화 사업을 말한다.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소량 다품종 생산체제로 산업구조를 바꾸고 제직·염색 가공 등 첨단 기술개발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구축하며 고급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업은 98년 9월 시작돼 2003년까지 5년간 완성을 목표로 국비 3천670억원, 지방비 515억원, 민자 2천615억원 등 총 6천8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주요 성과
지난 3월 김대중 대통령은 유럽 순방시 밀라노시 방문을 통해 대구의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에 강력한 힘을 실어줬다. 이와 함께 문희갑 대구시장과 섬유관련 단체장들이 대표단을 구성, 밀라노를 방문해 이탈리아 섬유협회 등과 실질적인 교류 협력을 이끌어 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제 대구 시민들 사이에 밀라노 프로젝트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게 됐다. 배광식 대구시 경제산업국장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면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대구시가 프로젝트 추진의 주도권을 확보해 명실공히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 점과 민간의 참여가 활발해질 수 있는 장치 마련도 성과로 꼽힌다.산업자원부는 지난 3월 '대구·경북 섬유산업 육성사업 운영지침'을 통해 이 사업을 대구시 주도하에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여기다 업계에서 육성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선출토록 해 민병오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장이 문희갑 시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게 됐다. 아직은 관주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민간 주도로 나갈 수 있는 길은 일단 열린 셈이다.
◇사업별 진척도
밀라노 프로젝트는 크게 △섬유제품의 고급화 및 고부가가치화 △패션디자인 산업의 활성화 기반 구축 △섬유산업의 인프라 구축 △기술개발 및 생산성 향상 지원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져 있고 이는 17개 단위 사업으로 세분화 돼 있다.
올해 안에 5개 사업이 준공되는 등 5월 현재 17개 사업의 평균 공정률은 30% 정도가장 빠른 진척도를 보이는 신제품개발지원센터는 다음달말 완공 예정으로 현재 내·외장 공사가 한창이다.
82%의 공정률을 보이는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는 8월말 완공될 예정. 섬유산업의 인프라 구축에 핵심적 역할을 할 섬유종합전시장과 염색디자인실용화센터, 니트시제품공장도 올해말 완공된다.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에 들어서는 패션정보실 설치 사업은 네트워크 장비 9종, 17대의 구입이 끝났고 현재 정보자료의 D/B화 및 홈페이지 구축 작업이 진행중이다.
대구기능대학이 확대개편되는 한국섬유패션대학은 현재 재개교 시기, 신입생 정원, 대구 중심부에 설립하는 분교 등이 확정이 된 상태.
기존 5개 학과에서 9개 학과로 늘리고 학과명칭도 시대적 수요와 감각에 맞게 하며 확대개편하는 시기는 2001년으로 잡았다. 신입생 정원은 400명. 증설되는 학과는 패션 테크닉, 패션 마케팅, 섬유소재 설계, 섬유경영 관리 등 4개. 분교는 시내 중심부인 구 한일극장 옆 교보빌딩으로 확정됐다. 9월1일부터 패션디자인 및 섬유디자인과가 이곳에서 공부한다.
대구시는 산업연구원, 현대건설 등 3개 기관에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한 용역을 의뢰해 9월쯤 결과가 나오는대로 사업 계획을 대폭 손질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밀라노 프로젝트 성공의 관건이 될 수도 있는 패션·어패럴 밸리 조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다.
◇문제점
패션·어패럴 밸리 조성의 구체성 미비, 민간 참여 부족, 인력양성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구시는 9월중 용역 결과가 나오는대로 사업을 수정한다고 하지만 패션·어패럴밸리에 국비 700억원, 민자 856억원 등 1천556억원을 투입한다는 것과 성공시켜야 한다는 목표 외는 아직 구체성이 없다. 국비 지원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민간 부문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 내야 할지도 선결돼야 할 문제. 지역에 있는 봉제 업자들 및 패션몰 사업을 하고 있거나 준비중인 업자들이 이 밸리를 이용하고 이를 통해 도·소매가 이뤄지는 방향으로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미지수.
섬유기능대학을 섬유패션대학으로 바꿔 기능인력을 양성하고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밀라노의 세계적 패션 디자인 학교인 세꼴리의 분교를 대구에 유치해 선진 기술을 배운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
섬유패션대학은 내년부터 3년제로 신입생을 모집한다던 계획이 정부와의 협의가 늦어지는 바람에 내년 신입생은 2년제로 선발하는 등 학제 변경이 이뤄지지 못했다. 50억원의 학교발전기금 마련은 아직 엄두를 못내는 상황. 세꼴리 분교도 합의서만 마련한 상태에서 아직 장소와 인원 등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주관하는 신제품개발지원센터 및 섬유정보지원센터 등 2개 사업의 민자 유치도 난제중의 난제. 민간 출연분 75억원을 6월, 12월에 절반씩 나눠 내놓아야 하지만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다. 지난해 민자분은 현물출자로 해결했지만 올해는 그럴 형편이 못된다. 민자가 해결 안되면 국비 지원이 중단된다.아직 섬유업계의 전폭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것도 성공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가장 큰 섬유단체인 견직물조합과 직물조합 및 상공인의 핵심적 결집체인 대구상의가 육성추진위원회에 배제되고 있어 민간 출연분 해결 및 시민 공감대 형성에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민병오 대구경북섬유산업육성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취임 직후 이 문제를 빠른 시일내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대구시는 생각을 달리 하고 있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崔正岩 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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