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살-행정고시 출신 고급 공무원에서 벤처기업가로 변신.좌우명-위험 부담 없는 성공은 없다.
회사 주소-독도 사랑운동 일환으로 울릉군 도동 산63으로 등재.
희망사항-동해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처음 맞이하는 창의적·도전적 벤처기업으로 사회에 보람된 일을 하는 것'
지난해말 (주)모임월드를 창업한 권혁도씨의 신상명세서이다.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 대구시청 간부 자리를 벗어 던진지 6개월. 그는 지금 20살이나 더 젊은 직원들과 함께 도전의식에 충만해 있다. "후회 같은 건 없습니다. 가까스로 변신에 성공한 걸요. 시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 일도 보람되지만, 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평생 몸 담아온 직장을 버리고 권씨처럼 과감히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중년의 직장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억만장자를 꿈꾸며 벤처기업으로 떠나는 후배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
IMF한파 이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인터넷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요즘, 나홀로 뒤처진 것 같은 소외감을 호소하는 중년의 직장인들이 많다. 개인의 목소리 보다 조직의 논리를 중시하고, 한번 몸 담은 직장엔 평생 땀을 쏟아야 하는줄로만 여겨온 아날로그 세대 아닌가?
"새 기술을 배운 젊은 후배들 앞에서 지나온 경력만으로 큰 소리 치던 시대는 이미 지난 것 같습니다. 나름대로는 참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어쩌다 시대에 뒤진 무능한 50대가 돼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대구 신천동에 사는 한 직장인이 상담소에서 털어놓은 하소연. 한국통신 김모 부장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연봉제, 새 인사제도, 능력 위주 인사… 게다가 올해도 4천명이나 감원한다지 않는가?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느낌.
이들이 울적한 마음을 달랠 방법은 퇴근 후 동료와 함께 나누는 술 한잔. 그러나 그마저 쉽잖아졌다. "막걸리 한잔 어떠냐"는 제의를, 후배들은 "약속이 있어서" "몸이 안 좋아서"라고 딱부러뜨려 버린다. 선배의 말이라면 하늘같이 여기던 옛날을 살아온 중년 직장인. 이런 상황엔 적응력 조차 있을리 없다.
오히려 자칫 하다간 권위적인 선배로 '왕따' 당하기 십상. 동아백화점의 한 직원이 이런 말로 설명했다. "젊은 사람들의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나이 든 간부들의 고정관념이 상충될 경우, 억지로 강요했다간 오히려 윗사람이 피해 받는 분위기이지요".
몸도 마음도 파김치돼 귀가하지만 가정 조차도 만만찮다. "늦게까지 일하고 귀가해 배 고픈 차라 식탁 위 과일을 한조각 집어 드는 중에 아내가 들어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뭐라 얘기라도 걸려던 참이었지만, 아내는 고3 아들에게 줄 과일을 먹으면 어떡하느냐며 과일 접시를 들고 나가 버립디다". 대구 고성동에 사는 한 50대 부장은 직장에서 죽도록 일하고 집에 돌아 가봤자 반겨주는 사람도 없는 자신은 별 볼일 없는 존재임이 확실하다며 허탈해 했다.
물론 더 이상 주저앉아 있을 수 없다며 청년 못잖은 열의를 불태우는 중년들도 적잖다. 새벽·저녁 시간을 쪼개 학원·평생교육원 등을 찾아 컴퓨터·외국어를 배우며 자기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편적으로 닥치는 문제를 더 주목했다. 이인자 심리상담 연구소 손영희 상담부장. "중년 직장인들은 직장·가정에서 모두 소외감을 느끼기 쉽지요. 무엇보다 자긍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방 입장을 받아 들이려는 여유를 회복하라는 충고였다.
金英修기자 stella@imaeil.com
▨진단법=각 항목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되면 1점, 약간 그렇다 2점, 보통 3점, 대체로 그렇다 4점, 아주 그렇다 5점으로 채점. 각 항목 합산 점수가 35~50점이면 스트레스 정도가 아주 강하고, 25~34점은 보통, 10~24점은 낮은 편.
1. 앞날에 대해 비관적인 느낌이 든다.
2.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이 실패한 것 같다.
3. 일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4. 죄책감을 느낄 때가 많다.
5.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다.
6. 일이 잘못 됐을 때 언제나 나를 탓한다.
7. 쉽게 짜증이 나고 귀찮아진다.
8. 어떤 결정을 내리는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9. 나이 들어 보이거나 매력 없어 보일까봐 걱정된다.
10. 통증, 소화불량, 변비 같은 신체적 문제로 걱정하고 있다.
〈이인자심리상담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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