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간 게놈 해독 아직 멀었다"

'인간게놈'(HG)의 계절이 닥쳤다. 해독작업이 막바지에 도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언된 시간이 금명간으로 다가왔기 때문. 관련 연구는 두 주체에 의해 선도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 NIH(국립 보건연구원)가 주도하는 세계적 공공 HGP(인간게놈계획)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기업인 셀레라 제노믹스(미국)에 의한 것.

◇예상되는 엄청난 충격=유전자 해독작업이 완료되면 의학.인종.법률.경제 등 측면에서 엄청난 영향이 있을 것이며, 그 영향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미국 케임브리지 소재 화이트헤드 생의학 연구소 리처드 영 박사는 "전혀 다른 혁명"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불과 10년 내에 모든 질병의 간편한 조기 진단.치료가 가능해 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자고 나 두통.복통을 느낄 경우 약방에 들러 약사에게 침 한 방울을 유리 슬라이드에 채취해 준 뒤 출근한다면, 일 시작 무렵이면 벌써 e메일을 통해 "전날 먹은 새우가 병의 원인"이라는 사실과 함께 처방전을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작년 10월에만 해도 벌써 화이트헤드 연구소가 발표한 DNA배열로 암의 종류를 간편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백혈병 환자들의 6천817개 유전자를 검사, 림프아(芽) 세포성 백혈병과 골수성 백혈병 두 종류로 이들을 구분해 낸 것.

미국 시애틀의 한 소형 생물공학 회사는 특정질병에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는지를 판별하는 연구로 돈방석을 기대하고 있다. 건강한 세포와 병든 세포가 언제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는지를 DNA배열 연구로 규명해 낸다는 것. 유전자만 잘 구분해 낸다면 치매도 막을 수 있다.

◇난관과 관련된 신중론=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만으로도 결함.결점 없는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인간게놈을 제대로 분석.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초안은 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와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는 식의 더 신중한 반응 역시 만만찮다. 현단계에서는 어느 누구도 인간 게놈을 제대로 분석.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인간 게놈이 아직은 과학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로 쓰여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금 수준을 마치 고고학자들이 신비한 고대 문자가 새겨진 석판을 막 발견한 수준에 비교하는 시각까지 있다.

HGP 목적이 인간 유전자 암호 해독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수준에서 실제 과학자들이 하고 있는 일은 암호 해독을 위해 인간 게놈을 컴퓨터 데이터에 입력하는 일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슬론-케터링 암센터(뉴욕) 소장 바머스 박사(전NIH 원장)는 "인간 게놈을 이해하려면 아마도 10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유전자 코드를 전부 묘사하려면 200개 대도시의 전화번호부를 다 채우고도 남을 정도인 30억개의 기호가 필요하다. 유전자와 단백질의 상호작용 방식, 단백질의 기능 방식 등을 명확히 알아야 하나, 이 분야는 아직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 저명 유전학자는 "단백질의 실제 기능과 모양은 물론 단백질이 무엇과 상호작용을 하는 지 여부는 여전한 숙제"라면서 "따라서 단백질 안에 무슨 세포가 내재하며 어떤 질병이 모양을 바꿔 단백질에 들어온 뒤 암으로 변하고 당뇨병으로 발전하는지를 밝히는 것 또한 과제로 남아있다"고 했다. 유전자가 인간의 생명을 표현해주는 악보에 비유될 수 있다면 단백질은 음정이라 할 수 있어 결국 단백질의 역할을 알아내야 일이 제대로 된다는 것이다.

인간 유전자의 작동방식, 기능 등과 관련한 유전자 해독작업은 아직까지 21세기의 과제로 남아 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외신종합=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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