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대 귀순청년 설레는 사모곡

◈대구정착 최근남씨의 작은 소망

"오늘따라 홀로 북에 계시는 어머니가 너무 그립습니다"

남과 북의 정상이 분단 사상 처음으로 만나는 오늘(13일), 귀순청년 최근남(27.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는 울었다.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두 정상의 포옹을 반기는 그 한켠에서 떠나온 고향과 가족 생각이 무엇보다 사무쳤다. 그럴 것이다. 그 어떤 회담의 성과 보다도 끊어진 혈육의 정을 잇는 소망이 제일 간절할 것이다.

"이맘때면 동네친구들과 동네앞 개울에서 중태기, 꺽중어를 잡으며 놀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여름이면 어머니하고 누나랑 동네 뒤편 국사봉에 올라 머루 다래를 땄지요. 그런 날들로 하루빨리 돌아갔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최씨의 남쪽 생활은 3년째. 5남매의 막내인 그는 고향인 황해도 재령에 홀 어머니를 두고 지난 97년 하사 신분으로 단신 월남했다. 고향이 휴전선과 가까워 어릴 때부터 남쪽이 살기좋고 자유롭다는 남한방송과 전단을 보며 탈북을 꿈꾸어오던 터였다.

최씨는 "큰형이 장교이고 셋째형도 군에 복무하고 있어 월남 당시 제대한 둘째형이 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며 "내가 월남한 이후 가족들이 어떤 보복을 받았는지 늘 궁금하고 불안합니다. 어머니가 제일 보고싶고, 잘 지내시는지 소식을 듣고 싶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번 회담으로 가족들의 안부라도 알 수있는 길이 열리기를 바랐다.

최씨는 "한번의 만남으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며 "이산가족 만남과 함께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쪽에 경제적인 도움을 줬으면 하는게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또 "무작정 주는 것보다 저쪽의 전략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며 섣부른 낙관에 대한 경계의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탈북 이듬해인 98년 대구에 정착한 최씨는 남구 대명동에 자그만한 북한 보신탕전문집을 내 재미를 봤으나 지난해 10월 좀 더 넓은 주차장을 갖춘 식당을 마련할 욕심으로 노래방에 손을 댔다가 그동안 번 돈을 많이 날렸다.

최근에는 자판기 사업을 알아보고 있다.

주공아파트 13평에 혼자 살고 있는 최씨는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나가는 것을 보면 내 사업도 번창할 것이라는 좋은 예감이 든다"고 환한 웃음을 보였다. 金炳九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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