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인술이 아닌 의술은 의미가 없다고 배웠는데 지금 사태는 솔직히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23일 낮 대구 북구에서 동네의원을 열고 있는 한 30대 의사는 매일신문에 전화를 걸어와 현재의 괴로운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비교적 젊은 의사임에도 지금과 같은 의료 공황을 불러온 의사협회의 집단폐업을 숨김없이 비판했다.
그는 "의사들이 자기 권리를 위해 환자를 외면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힘들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지만 누구집 누가 어디가 아픈지까지 다 아는 형편에서 다시 병원 문을 연다 해도 동네사람들 얼굴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단골고객이 아이가 아프다며 우리집으로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며 "외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병원 문을 열 수도 없어 괴로웠다"고 덧붙였다.
이 의사는 "의약분업은 예정대로 한 번 운영해본 뒤 문제점은 머리를 맞대고 고쳐나가면 되지만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은 당장 생명을 위협받고 죽어가고 있다"며 "단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번 파업사태는 겉으로 드러난 진료권 확보가 주된 문제이지만 결국은 돈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의사들이 굶어죽게 생겼다고 하지만 굶어죽는 의사를 본 적도 없고 그런 자료도 사실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난 한해 수입이 7천만원이라고 서슴없이 밝혔다. 그는 "이 정도만 해도 일반 샐러리맨들은 생각도 못할 고수입"이라며 "여기에서 좀 덜 번들 어떻냐"고 말했다.
그는 "의사협회가 집단 폐업을 1주일 앞두고 시.군 개업의는 20만원, 대구에서는 30만∼50만원씩 거뒀다. 이미 의사협회에서 이 정도 혼란은 예상하고 조직적으로 준비해왔다는 얘기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후배가 엄격한 의사사회에서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선배들에 대해서 반박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며 "집단폐업의 와중에서 나뿐만 아니라 심하게 마음고생하는 동료의사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파업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며 "그동안 선배들이 우리 사회에서 누린 지위와 명성을 앞으로 후배의사들은 맛보기 힘들 것이며 그러려고 해서도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李尙憲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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