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개발이 진일보하고 있다. 원시 척추동물의 뇌와 로봇을 연결한 기형적인 사이보그가 등장했고, 양 손과 5개 손가락을 가진 우주 작업용 로봇도 개발됐다. 인간을 대신해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재활을 도와주는 로봇은 임상실험을 끝냈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로봇 개발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미래 생활상을 예측해 본다.◇절반은 물고기, 절반은 로봇 '케페라'
물고기 뇌를 이용한 지능형 로봇이 미국에서 개발됐다. 미국 뉴사이언티스트지 최근호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이발디 교수팀이 원시 척추동물인 칠성장어의 신경세포를 이용해 물고기와 로봇의 혼합체인 '사이보그'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케페라(Khepera)란 이름의 로봇 핵심부품은 광센서. 주위의 빛을 받아들여 칠성장어의 뇌가 읽을 수 있는 감각정보를 제공한다. 광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뇌조직에 전달되면 뇌는 이를 처리해 로봇에게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명령을 내린다. 칠성장어의 뇌는 로봇에 내장된 것이 아니라 산소가 공급되는 차가운 생리식염수 속에 보관돼 있다. 여기서 전기적 신호를 통해 로봇에 전달하는 것이다. 케페라는 현재 다양한 빛의 신호에 따라 빛을 피하거나 따라가고 원을 그리는 등의 행동을 취할 수 있다.
뉴사이언티스트지는 이번 성과를 인조인간 개발의 전기로 보고, 인간의 뇌에 의해 제어되는 인공장치의 개발이 크게 앞당겨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발디 교수는 "신경세포가 어떻게 인공적인 기계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인공수족이나 보철장치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로봇 '로보너츠'
미 항공우주국(NASA) 존슨우주센터는 지구궤도를 선회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데 투입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보너츠'란 이름의 이 로봇은 사람 정도 크기로 우주정거장에서 양손으로 자유롭게 물체를 조립하고 정거장을 건설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머리가 달린 반신상 형태로 양손과 손가락 5개도 갖고 있다.
로보너츠는 우주비행사가 우주정거장 안에서 원격 제어하도록 돼 있다. 로봇개발팀은 로봇과 우주비행사의 교신에 가상현실(Virtual reality) 프로그램을 응용한다. 우주비행사들은 로봇과 전기적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는 헬멧과 장갑을 착용, 우주정거장 밖에 있는 로봇에게 행동지침을 즉각 내릴 수 있다. 로봇은 자신이 만지는 3차원 구조물에서 되돌아오는 모든 신호를 전달해 주는 중앙신경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각 팔에 150개 이상의 센서를 부착하고 있다. 따라서 사물을 만지고 열과 위치도 느낄 수 있다.
연구팀은 최근 우주공간과 유사하게 만든 무중력상태의 모의실험실에서 실시한 시연회에서 로봇이 날아가는 공을 멋지게 잡아냈다면서 실제 작업에 투입되면 우주비행사의 안전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뇌졸중 환자의 팔 기능 회복돕는 로봇 'MIT-마누스'
미국 '신경학'(Neurology)지는 최근 매사추세스 공과대학(MIT)의 연구팀이 11년간 연구 끝에 뇌졸중 환자의 마비된 팔 기능 회복에 도움을 주는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MIT-마누스'로 명명된 로봇은 3년간의 임상실험에서 뇌졸중 환자들의 팔운동 기능을 전보다 2배 회복시켜주었다고. 사용법은 간단하다. 환자가 테이블에 앉아 로봇 팔에 부착된 지지대에 팔목과 아래팔을 끼워 넣고 비디오 스크린을 보면서 커서를 움직여 점과 점을 잇는 단순한 운동을 하도록 해준다. 환자가 자발적으로 못하면 로봇이 팔을 움직여준다. 환자가 스스로 팔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로봇은 보조해 주는 정도의 도움만 제공한다. 뇌졸중 환자들은 처음에 연속적으로 동작을 취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연구팀은 로봇의 효능을 알아보기 위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게 매일 1시간씩 로봇을 이용한 단순운동치료를 받도록 했다. 그 결과 매일 1시간씩 로봇의 도움을 받아 운동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운동감각이 2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다리와 손목의 운동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새로운 로봇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MIT대 기계공학 및 뇌 인지과학부를 이끌고 있는 네빌 호간 교수는 "로봇이 장점이 많긴 하지만 인간 전문치료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이번 연구의 목적은 환자의 운동기능을 보다 빨리 회복시키는 도구를 제공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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