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 대선을 앞둔 아메리카의 경제대국(수출 세계 8위) 멕시코가 '변혁'의 열기로 가득하다. 최대 관심사는 71년의 장기집권을 자랑해온 제도혁명당(PRI)이 또다시 정권을 유지할수 있느냐는 것. 선거 최대쟁점 역시 정책이 아니라 '변화'다.
야당인 국민행동당(PAN)의 빈센테 폭스(57.사진) 후보는 24일 15만명의 군중이 모인 마지막 유세에서 "70년 넘게 1당독재에 의해 구축된 권위주의의 벽과 가난을 부수자"고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집권 PRI 프란시스코 라바스티다(59.사진) 후보는 "달리는 말(馬)을 바꾸지 않고도 얼마든지 방향을 바꿀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높고 사회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야당 후보 대신, 자신을 통해 안정속에 개혁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마지막 여론조사는 두 후보의 숨막히는 각축을 잘 보여준다. 라바스티다와 폭스 후보가 각각 42% 및 39%의 지지율을 보였고, 제2야당 민주혁명당(PRD)의 카르데나스(65) 후보는 16%에 그쳤다. 표본오차가 ±2.5%인 점을 감안하면 당선자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정권교체 분위기는 지난 12년간 집권당 출신 대통령이 시행해온 개혁정책의 결과물이란 분석이다. 통제경제에서 자유시장경제로 이행하면서 전체적 경제상황은 발전했으며 중산층도 형성됐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는 상황은 변화의 목소리를 높이는 환경이 된 것이다.
또 전체 31개주 중 수도 멕시코시티를 포함, 10개 주정부를 야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거와 같은 여당의 무차별적인 부정선거가 자행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표방법 등 선거관련법도 정비돼 선거부정의 여지를 대폭 축소시켜 놓았다.
하지만 위기에 몰린 여당이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금권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근소한 표차로 여당후보가 당선될 경우 야당지지자의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변혁의 물결에 휩쓸린 멕시코 국민들이 어떤 변화를 택할지 주목된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프란시스코 라바스티다(59)
할아버지가 1917년 신헌법 제정에 참여한 명문 출신. 경제관료로 착실히 성장, 1982년 에너지장관이 됐다. 이 때부터 대선후보로 주목을 받았지만 경쟁자 카를로스 살리나스 전 대통령에게 밀려 귀향. 1986년 고향인 시나로아 주지사로 뽑혔다. 포르투갈 대사를 역임한뒤 1994년 귀국, 대통령 자문역을 맡다가 1998년 내무장관으로 취임했다.
-빈센테 폭스(57)
목장주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 재학시절인 1964년 코카콜라 판매사업을 시작, 멕시코 코카콜라 지사장이 됐다. 본사 경영진이 방문할 때도 청바지에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맞을 정도로 소탈한 성격을 지녔다. 1979년 퇴사한 뒤 가족농장으로 돌아가 목축과 가죽부츠 제작업에 종사했다. 1987년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 1995년 고향 구아나주아토에서 주지사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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