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은행 총파업이라는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있는 금융노련과 정부의 극한 대립은 국회 상정을 앞둔 금융지주회사법이 외견상 '도화선'이 됐다.
금융노련이 '3일 총파업 찬반투표-11일 총파업 돌입'이라는 일정을 짜놓은 것도 오는 5일 개회되는 임시국회에 법률안이 상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법저지의 힘을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측은 은행을 금융정책 수행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여전한 관치금융이 총파업의 근본적인 배경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정부는 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이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및 국제화·대형화의 추세라고 맞서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대한 양측의 인식차=노조측은 정부가 금융지주회사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려는 것은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을 한데 묶어 해외 매각을 추진,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의도라고 단정짓는다.
금융지주회사제도의 효율적 정착을 위해서는 다른 업종간 겸업화로 시너지효과를 얻어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 영업구조가 유사한 은행들끼리 묶겠다는 발상은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금융노련 최규덕 정책실장은 "정부는 '개별은행을 지주회사 우산밑에 통합시키는 것'이라며 합병 가능성을 부인하는데 이럴 바에야 무엇하러 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하느냐"고 반문한다.
최 실장은 "결국 유사기능들을 통폐합하면서 인원·조직을 감축하고 지주회사를 해외에 헐값에 매각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금융노련은 또 지난 달 16일 금융지주회사법 입안과 관련된 금융연구원의 공청회에 노조측에서는 토론에 참여해 제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봉쇄당했다면서 정부에대해 극도의 불신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기본적 입장은 금융지주회사제도에 대한 노조측의 이해가 결여돼 있다는 것이어서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금융기관의 겸업화,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며 미국, 일본 등 금융 선진국의 사례를 들고 있다.
금융지주회사제도에서 자회사의 합병을 논하는 것 자체가 기본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정부는 반박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갖고 종합적인 전략을 기획하고 자회사간 효율적인 업무 연계가 가능하도록 할 뿐이지 물리적으로 합병을 하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이헌재(李憲宰) 재경부장관과 이용근(李容根) 금융감독위원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강조하고 노조측을 설득하려 하는데서도 정부측의 '답답함'을 이해할 수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지주회사제도 도입으로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추구할 수 있고 특정 자회사의 부실이 그룹 전체로 전염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자금융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정보기술(IT) 분야의 중복투자를 막기 위해서도 금융지주회사제도는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노조측의 뿌리깊은 불신이 문제=노조측은 금융지주회사법 도입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정부의 경제·금융정책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강하게 드러내놓고 있다.노조측은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은 소홀히 한 채 기업의 부실을 금융기관에 떠넘기고 있다며 끝없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민과 금융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금융노련 최 실장은 "지금의 금융권 부실이 전적으로 금융인들의 책임이라면 퇴출, 강제합병 등을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하지만 관치금융의 결과이자 기업부실을 방관한 정부의 책임을 왜 금융인들의 희생으로 면하려 하느냐"고 항변한다.
노조측은 채권펀드 10조원 조성, 종금사에 대한 은행권의 유동성 지원은 관치금융의 대표적 형태로 정부는 여기서 부실이 발생하면 또 은행에 책임을 묻고 구조조정을 강요할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파국을 막을 해법은 있는가=정부와 금융노련은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꾸준히 대화를 해 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파국을 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지만 직접 노조측과 대화하고 있는 정부측 고위관계자는 극적 타결의 가능성을 시사해 한 가닥 희망을 안기고 있다.
이 관계자는 "파국을 막기 위해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협상전략상 양측이 대안을 외부로 노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서로 명분만 세워준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노련의 투쟁의지가 강력한 데다 금감원에서 은행 총파업을 가정한 단계별 대응시나리오를 준비중인 것을 고려할 때 파국을 피할 수 있다고 낙관하기만은 아직 상황이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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