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낙하산 인사 언제까지

또다시 낙하산 인사 파문이 일고 있다. 정부가 최근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에 채영석(蔡映錫)민주당 고문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는 박태영(朴泰榮) 전 산자부장관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에는 서재희(徐載喜)씨를 임명 했기 때문이다.

매번 낙하산 인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전문성과 개혁성에 문제가 있는 정치인이거나 권력과 관계가 깊은 인사가 발탁된다는 데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IMF관리체제라는 경제위기를 넘기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개혁이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어느 여권실세의 설명처럼 "총선 당시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어려운 결심을 했거나 당에서 오랫동안 고생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차원"이어서는 정말 곤란하다. 이래서는 그러잖아도 부진한 공공부문 개혁을 이룰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에 고속철과 관련은 국회건교위에 잠시 몸담은 것이 경력의 전부인 채영석고문을 임명한 것은 분명 전문성면에서 문제가 있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는 2004년 개통까지 무려 10조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을 효율적으로 잘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고속철사업은 장래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대동맥이라는 점에서 정말 우리의 국운과 연결된 중대 사업이다.

박태영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역시 전문성에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산자부장관 경력으로 갖가지 갈등이 얽혀있는 보험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낼 수 있을 지 의문이 간다. 그리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자리에는 지난 20여년간 개업의사 였던 서재희씨가 임명된 것은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소지가 많다. 게다가 서씨는 대통령과 친인척이라는 약점도 안고 있다.

지난 4·13총선을 전후해서 민주당의 낙천·낙선인사들을 대거 정부직이나 산하기관에 채용한 것도 말썽이었는 데 다시 이렇게 낙하산 인사가 있자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의 소리가 상당하다. 야당인 한나라당의 통계에 따르면 2월기준 85개 주요정부산하단체 임원급 중 30여개가 여권이나 친여권인사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개혁을 하려는 정부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떻게 민간부문 보고 개혁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국민의 정부 출범초기 공개채용을 통해서 공공부문을 개혁하겠다는 의욕은 어디로 간 것인가. 비판하면서 닮아간다더니 국민의 눈에는 이제 국민의 정부도 과거정부와 달라진 것이 없는 정부로 비쳐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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