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약분업 무엇이 달라지나-신중해지는 의사진료

의약이 분업되면 환자들이 병의원을 찾았을 때 무엇이 어떻게 바뀔까? 기자가 몇몇 의사들에게 물었던 바, 한결같은 대답은 "약 처방이 지금보다 훨씬 신중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나의 진료 내용을 들여다 본다고 생각해 보라! 내 속이 들여다 보인 것 같아 우선 기분 나쁜 측면도 있을 테고, 그때문에 진단과 처방을 더 신중히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지 않겠는가?" 대구지역 개원의 김모(41)씨의 이 말은 동네의원에서 의사가 처방을 내리고 간호조무사가 약을 지어주던 종전과는 판이한 것이다. 바로 처방전이 공개되기 때문에 빚어지는 결과.

지금까지는 처방전이 그 병원 자체 내에서 소화됨으로써 공개될 가능성이 없었다. 때문에 어느 병원 어느 의사가 제대로 진단을 했는지, 아니면 질낮은 약을 썼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더우기 동네의원 상당수는 진료수가가 너무 낮아 약 판매에 수입을 많이 의존해 왔다. 특히 일부에서는 싼 값에 들여와 이윤 많은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처방전이 공개되면 우선 진료의 질이 외부의 시계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어떤 약품을 처방했는지 명백히 파악돼 버린다. 이때문에 진품(오리지널) 약을 많이 처방할 것이란 게 김씨의 예상이다.

과잉 투약도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의사들은 내다봤다. 통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병의원 전체와 약국이 환자들을 반반씩 나눠 왔다. 환자 2명중 1명꼴로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었고, 1명만 동네의원이나 병원 외래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얘기. 환자를 두고 약국과 의원 병원이 경쟁하다보니 '한방에 통하도록 더 세게' 조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처방전 공개로 처방에 들어가는 약 가지 수도 많이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개원의들은 "의약이 분업돼도 빨리 빨리 환자를 봐야 하는 '5분 진료' 관행은 개선되기 쉽잖을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이것이 동네의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주범이긴 하지만, 여건이 그렇잖다는 것.

"수가가 낮은 상황에서 부족한 진료 수입을 메우기 위해서는 환자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소아과는 하루 80여명, 내과는 100여명의 환자를 봐야만 의원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거품진료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 사흘에 한번 진료해야 할 환자를 매일 오라고 해 의원 유지에 필요한 환자수를 채우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개원의 장모(38)씨는 "진료 수가의 현실화라는 보완적 조치가 있어야만 환자 1명당 20~30분 진료라는 선진국 수준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李鍾均 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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