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상승세, 주식투자나 벤처 열풍은 일용직 노동자들에겐 딴 세상 이야기이다. 이들은 오늘도 '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새벽잠을 설친다.
3일 새벽 4시쯤 대구시 서구 비산동 북비산네거리 인력시장.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 허름한 가방을 둘러멘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아 하나 둘 모여든다.
이곳을 찾는 구직자는 하루 평균 40~50명. 하루 100여명 몰렸던 IMF구제금융사태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줄었다. 그나마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 운이 좋으면 하루 10여명이 일거리를 구하지만 재수 없는 날은 고작 2, 3명이 일거리를 구해 구인자들을 따라 나선다는 것. 이들은 한달 평균 15일 정도 일하면 그런대로 괜찮은 셈. 한달에 10여일 정도 일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주로 공사장 일을 하지만 이삿짐나르기, 청소, 농사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공사장 인부의 일당은 잡부가 3만~4만원, 기술공이 6만~7만원, 이삿짐나르는 일은 5만원 정도. IMF사태 이전보다 평균 2만~3만원 줄었다.
이날 새벽 5시30분쯤 대구시 남구 성당동 한 용역업체에도 인부들이 속속 모여 들었다. 이곳에서 만난 유모(28)씨는 "수원, 일산, 광주처럼 관급공사가 대구에는 잘 없다"며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지하철이나 학교 공사장에서 일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 경기도 등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일도 많다.
용접공 김모(40)씨는 "IMF사태 이전에는 한달에 20일만 일하면 450만원 정도 벌었는데 지금은 용접일이 없어 일당 3만원짜리 잡부로 일하고 있다"며 "그나마 일거리가 없어 공치는 날이 더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직 결혼을 하지 못하고 여인숙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이들은 빨리 지역의 건설 경기가 호전돼 한달에 20일 정도만 일할 수 있으면 하는 소박한 꿈을 꾸고 있었다.
金敎榮기자 kimky@imae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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